“1959년 쿠바혁명의 한복판에 있었던 19살 젊은이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걸 보는 19살 젊은이의 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게 가능하다고 여겼던 세대와 모든 게 실패한 듯한 심정이 된 세대 사이에 흐르는 갈등이랄까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주인공 마우리시오는 체 게바라와 무장투쟁에 함께 했던 ‘영웅’임에 틀림없다. 그 영웅이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과 사랑에 빠져 이혼을 무릅쓰고, 모스크바로 유학보낸 유일한 혈육이 조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핀란드에 정착해버리는 파란을 겪는다. 마우리시오와 같은 세대인 감독은 붕괴된 미래보다 과거를 더 바라보는 주인공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각본을 쓰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을 촬영하면서 깨닫게 됐다. 마우리시오에게는 연인과 딸 등 4명의 여자가 맴도는 데 이들 모두 삶의 변화에 훨씬 잘 적응한다는 거다. 여자들은 좀더 실용적이고, 마우리시오는 좀더 이상적이다.”
쿠바 혁명 당시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물음에 쿠바영화예술협회에서 예술컨설턴트을 해온 감독이 현명한 답을 내놓는다. “그때 내 나이 열아홉이었다. 나의 인생도, 쿠바영화도 쿠바혁명의 부침과 함께 해왔다. 그 정점과 저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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