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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끝, 망자들이 돌아오다, <복수는 나의 것>의 3인
문석 김민경 2007-04-27

분노로 타올랐던 그 때_ 송강호

“무서웠다. 당신이라면 이런 역을 덥석 받겠나? (웃음)” <복수는 나의 것>을 처음 제안받은 건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장이었다. 신하균이 단번에 OK 사인을 보낸 반면 그는 세번이나 출연을 고사했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와 거절한 이유는 사실 똑같다. 너무 충격적인 작품이라 피하고도 싶었지만, 그렇다면 내가 되고 싶은 건 흥행배우인가 하는 의문이 들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복수는…>의 롱테이크 신을 상기할 때는 그의 설명도 호흡이 길어졌다. 류(신하균)의 방에 잠복한 동진(송강호)이 류를 감전시키고 방에 끌고 들어와 울분을 토하며 때리는 장면이다. 인상적이었던 건 카메라가 동진의 얼굴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인간의 마음을 밑바닥까지 헤집는 분노를 뒷모습으로만 잡은 이 장면을 두고 그는 “한국영화에서도 가장 빛나는 미장센”이라고 주저없이 단언한다. <복수는…>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감독에도 뒤지지 않을 듯했다.

<우아한 세계>에 뒤이어 송강호는 5월 개봉할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남은 한해를 이병헌, 정우성과 출연하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으로 보내고 나면 <박쥐>로 다시 한번 박찬욱 감독과 조우할 것이다.

침묵에 몰입했던 그 때_ 신하균

“참 막막했었다.” <복수는 나의 것> 촬영 당시를 회상하던 신하균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류라는 캐릭터가 까다로웠다고 말한다. “대사 한마디 없는데도 박찬욱 감독님은 ‘건조하게 연기하라’고 주문해서 고민을 해야 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친절한 금자씨>에서 송강호와 함께 카메오로 참여했던 그는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연기공부’였다고 밝힌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가 꼽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기절한 채 강으로 끌려간 류가 동진(송강호)에게 얻어맞는 장면. 완성된 장면의 느낌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아픈’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늦가을의 차가운 물보다 더 큰 고통은 송강호의 강펀치였다. “강호 선배의 연기는 테이크마다 달라지는데, 8번의 테이크마다 어떤 부위를, 어떻게, 어떤 강도로 때릴지 몰라 긴장했다. 하하.” 그 결과 얼굴이 부어 그는 다음날 예정됐던 포스터 촬영까지도 포기해야 했다. <예의없는 것들> 이후 1년간 백수처럼 편하게 살다보니 “이젠 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던 그는 최근 변희봉과 함께 출연하는 스릴러 <더 게임>을 차기작으로 뽑아들었다.

열기에 휩싸였던 그 때_ 배두나

배두나에게 5년 전 <복수는 나의 것>을 돌아보는 건 무슨 의미일까. “원래 부담을 안 느끼는 성격이어서 카메라 앞에서도 거의 긴장을 안 했는데, <복수는 나의 것> 때는 굉장히 긴장했다. 너무 잘하고 싶었고, 열정도 불타올랐다.” 연기에 대한 ‘이상 과열 현상’이 어찌나 심했던지, 욕을 마구 뱉어야 하는 상황에서 욕이 잘 튀어나오지 않자 엉엉 울며 세트장 바깥으로 뛰쳐나가 스탭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왜 그렇게 열심이었을까? 아마 대단한 선배 연기자, 감독님과의 작업이기도 하고, 영화 속 영미가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침없이 욕을 하고, 전기고문으로 소변을 지리는 연기를 통해 영화가 재밌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니 그녀에게 <복수는 나의 것>의 의미는 꽤나 소중한 듯하다.

<괴물> 이후 그녀는 여행책 <두나’s 런던 놀이>를 냈고, 케이블TV 드라마 <썸데이>를 선보였으며, 곧 출간될 <두나’s 도쿄 놀이>를 준비했다. ‘출판인’이 아니라 ‘영화인’으로서의 계획에 대해 “한국영화는 고려하고 있는 게 없다”고만 답하는 것으로 보면, 그녀는 <린다 린다 린다>만큼 기발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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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형근·의상협찬 프라다, 크리스찬 디올, 돌체&가바나, 커스텀 내셔널, 폴 스미스, 에르메스, 레이밴, 인더우즈, 샤링, 지미추, 미네타니, 프래그먼츠, 루이 뷔통·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인트랜드)·헤어 및 메이크업 손대식, 신동민·장소협찬 CGV 오리 골드클래스·기획 이영준(모호필름)·Special thanks to 김혜진(꽃피는 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