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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12. <시대역전! 일처다부>
오정연 사진 이혜정 2007-04-10

통쾌한 직설법의 ‘여자 이야기’

당신이 상상하는 그것이 맞다. <시대역전! 일처다부>의 제목은 명확하고 직설적이다. 남녀성비 불균형이 심화한 끝에 2010년 대한민국 국회는 일처다부제를 인정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이상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실제 뉴스 클립과 영화를 위해 촬영된 소스를 편집하여 간결하게 보여지는, 일종의 프롤로그다. 능력있는 전문직 여성은 브리핑 중 눈이 맞은 젊은 남자와 신혼여행을 떠나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해야 하는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은 며칠째 연락이 두절됐다 돌아온 부인이 두 번째 남편을 맞아들였음을 확인해야 한다. 숱한 사극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상황이 성비가 역전된 채 근미래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능청스럽게 펼쳐진다. 남편들은 투기하고, 멋모르는 아이는 반항하며, 잠자리 문제도 도마에 오른 끝에 한 여자와 그녀가 사랑하는 두 남자와 그녀의 한 아들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여기 실린 사진은 이 영화의 감독이 맞다. <장희빈> <씨내리> <홍등> 등 불공평한 남녀관계를 반영하는 일부다처제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의 실제 장면이 영화 속 상황과 연결되고, 코믹한 섹스신과 장난스런 액션신이 난무하는 이 재기발랄한 영화를 연출한 김희재 감독을 처음 본 순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분이시네요.” 한양대학교 공대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03학번으로 입학하여 올 봄 두 번째 졸업장을 받아든 김희재 감독은 이 영화를 졸업작품으로 완성했다. 그녀가 칼을 뽑아든 계기는 이렇다. “특별히 페미니스트라거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 사극을 많이 보는 편인데, 언제나 그런 부분에서 화가 나더라고요. 사실 아직까지 전업주부는 무시받고 인정을 못 받는 것도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이고. 기획단계부터 영화 속에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와 영화를 넣어서 현실과 대비를 해준다면 폐부를 찌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서 추천해준 영화를 찾아보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도 7, 8편씩 찾아보고, <전설의 고향>도 다시 봤다. 쉽지 않았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최고 장면으로 꼽는 장면인, 첫 남편이 자신에게 어찌 이럴 수가 있냐며 눈물로 호소하는 컷과 드라마 <장희빈>에서 김혜수가 숙종에게 열변을 토하는 컷을 교차시킨 시퀀스는 그래도 사정이 좋은 편이었다. 마침 촬영 몇달 전 재방송을 보다가 발견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연출해보는 액션신과 베드신, 가장 큰 규모의 스탭을 거느리는 것도 어려웠어요. 가장 안타까운 것은 졸업작품이라는 제약 안에서 영화를 완성하느라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갈등과 화해를 자연스럽게 끌고 가지 못한 점이죠.” 그러나 적어도 관객의 입장에서 감독의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듯하다. <시대역전! 일처다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가감없고 망설임없는 직설법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주변의 반응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다. 남자들은 민감해하고, 여자들은 통쾌해한다고. 어머니는 재밌어하시고, 아버지는 ‘야시시한’ 장면을 불편해하신다. 일본에 입양된 딸과 그 친모의 애증을 그린 또 다른 단편 <낙원>을 비롯해서 인현왕후와 궁녀의 연민을 다루게 될 다음 영화 시나리오까지, 분위기와 화법은 모두 달라도 김희재 감독의 관심사는 여자의 이야기에 모아져 있는 듯하다. 기회가 되면 장편영화로 코미디와 사극, 공포영화에 도전해보고 싶고, 좋아하는 감독은 이준익 감독이다. “<왕의 남자> 같은 영화를 보면 아주 상업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되 감독이 원하는 바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2007 상상마당 단편영화 월우수작

젊은 영화감독의 발굴 및 육성을 위해 KT&G상상마당에서는 매월 3편의 우수작을 선정하여 창작지원금 100만원을 수여하고 있다. 2월1일부터 28일까지 KT&G상상마당 온라인 상영관(www.sangsangmadang.com)에 출품된 49편의 단편영화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박정훈 감독의 <시작인가요>, 김희재 감독의 <시대역전! 일처다부>, 박성환 감독의 <황혼의 피아노>, 세편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은 KT&G상상마당 단편영화 우수작 상영관 코너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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