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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찬양하라, <씨 인사이드> 첫 공개
오정연 2007-03-06

일시 3월 6일 장소 시네코아

이 영화 28년 전 사고 이후, 말을 하고 입으로 글을 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 라몬(하비에르 바르뎀)은 늘 죽음을 꿈꾼다. 엄격한 카톨릭 사회 스페인에서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죽음의 권리를 요구하는 법정소송을 준비하는 그는 사실 따뜻한 마음과 빛나는 유머의 소유자. 꼬장꼬장한 카톨릭 신자 라몬의 형, 라몬을 아들처럼 보살피는 그의 형수, 아무 생각이 없는 듯 하지만 삼촌의 수족이 되어 심부름을 마다않는 사려깊은 그의 조카,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묵묵히 아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그의 아버지까지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도 제대로 살기 위한 선택으로서의 죽음을 포기하지 않는 라몬의 주위에는 그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워주는 친구들 또한 존재한다. 퇴행성 질병을 앓고 있는 변호사로 라몬의 소송을 준비하다 그의 책을 출판하는 것까지 돕게되는 훌리아(벨렌 루에다), 라몬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 뒤 극진한 사랑을 퍼붓는 로사(롤라 두에냐스), 라몬의 자살을 돕는 듯 하지만 결국은 그가 사람답게 살기를 바라는 심리치료사 제네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죽음을 도와야 한다”는 라몬식 ‘진정한 사랑의 조건’은 충족될 수 있을까. 혹은 이를 충족시킬 만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10년 전 스페인을 안락사 논쟁에 휘말리게 한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최근작으로 2004년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심사위원대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100자평 <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등에서 흥미로운 상상력과 박진감 넘치는 연출력을 선보였던 아메나바르 감독은 <씨 인사이드>에서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고,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주제에 도전했다. 28년전 불의의 사고로 육체의 자유를 잃게 된 라몬 삼페드로(하비에르 바르뎀)의 삶을 통해 ‘안락사’의 정당성을 이야기한다.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안락사’를 다루는 감독의 태도는 분명하다. 인간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권리만큼이나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언제 죽을지 결정할 수 있을 때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일반인들의 오해와 편견에 대해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통해 조목조목 반론을 펼친다. 안락사란 공포와 절망에 몰린 순간적 충동도, 가족의 무관심 때문에 방치된 환자의 절망어린 선택이 아니라 자기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선택될 수 있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다소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독의 충실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을 통해 유머와 감동을 듬뿍 담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태어났다. 영화평론가 김지미

인간다운 죽음의 권리를 주장하는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은 익숙한 주제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물론,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 가족의 의미, 인간의 존엄성 등 수없이 많은 민감한 주제로 연결될 수 있는 그 논쟁은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떼시스>에서 <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스>로 옮겨오면서 늘 자신의 나이보다 깊고 철학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아메나바르 감독은 진부하되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 쉽고 감성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면서도 신파로 흐르지 않는 깔끔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삶과 죽음을 동시에 간절하게 원하는 라몬의 심리를 표현해낸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라몬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생기있고 매력적인 캐릭터, 보잘 것없고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들려준 촬영과 음악 등 영화의 모든 요소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탓이다. . <씨네21>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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