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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총질과 낭자한 선혈 <스모킹 에이스>

정신없는 총질과 낭자한 선혈 속에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기이한 지루함.

조 카나한의 신작 <스모킹 에이스>를 보고 있으면, 오락실에 앉아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야리야리한 소녀부터 꼬부랑 할아버지까지 상이한 외모에 다양한 장기를 갖춘 캐릭터를 골라 정말 ‘아무 이유없이’ 싸우는 이 게임은 단순한 폭력의 쾌감을 선사하곤 한다. 경찰살해범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위장근무를 다룬 <나크>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조 카나한은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위장근무와 조직원들의 갈등을 다루면서 자신의 전작을 변주한다. 아들처럼 아껴주던 마피아 보스를 배신하고 자신의 세력을 넓히려던 버디 ‘에이시스’ 이스라엘(제레미 피번)은 사정이 여의치 않자 FBI에 조직의 정보를 넘기고 증인보호 시스템으로 신변의 안전을 꾀한다. 그러나 보스인 스파라짜(조셉 러스킨)가 그의 심장에 100만달러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가면서 일곱명의 킬러가 달라붙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FBI 요원이 투입된다.

무식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나치 신봉자 막무가내 킬러 삼형제, 살짝 동성애 코드를 가미한 섹시함과 실력을 겸비한 여성 이인조 킬러, 얼굴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킬러, 그리고 FBI 요원들 여기에 파리처럼 꼬인 주변 인물들. 다수의 개성적인 등장인물 가운데 반가운 얼굴도 많다. 범죄수사물 단골인 레이 리오타와 앤디 가르시아, 너무 빨리 죽어서 정말 그가 맞나 싶은 벤 애플렉, <저스트 프렌드>의 라이언 레이놀스 그리고 매력적인 보컬의 소유자 알리시아 키스까지. 영화의 초반부는 파이터들의 간단한 프로필과 장기를 요약적인 화면과 자막을 통해 전달하면서, 지금부터 펼쳐질 이스라엘의 심장 쟁탈전을 중계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간다.

이 영화는 나름대로 의미심장한 결말 혹은 반전을 마련해놓고 있긴 하지만 이야기보다는 액션 그 자체를 진열하는 데 정성을 들인다. 이해관계가 뒤엉킨 킬러들은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해대고, 조직원들과 FBI들도 화면 여기저기 선홍색 피를 흩뿌리며 쓰러진다. 관객은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필요도 없고, 무엇을 위해 이들이 총질을 해대는지 고민해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죽음과 구원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는 킬러들의 모습과 조직원과 FBI의 죽음에 지나치게 차등을 두며 비장함을 강요하는 장면들이 불협화음처럼 끼어 있다는 것이다. 감독은 비정한 폭력의 아이러니와 재기발랄한 범죄액션물 사이에서 좀더 분명한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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