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비수기의 황사먼지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신학기가 열리는 3월부터 블록버스터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인 4월 말까지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영화계는 올해의 경우 유난히 심각한 ‘보릿고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충무로의 비관론에 불을 미리 당긴 것은 설 연휴의 박스오피스 결과였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설 주말 흥행 1위부터 4위까지의 영화가 동원한 관객은 100만명을 조금 넘어, 지난해 설 연휴 때 상위 4편이 불러모은 200만명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극장에 몰린 전체 관객 수도 연휴 첫날인 2월17일 60만, 18일 80만, 19일 100만명 선으로 평소 연휴의 100만~14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설 때 보통 1만명이던 관객이 7천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3월에는 더욱 상황은 나빠질 것”이라는 한 CGV 관계자의 말처럼 영화계는 3월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개봉이 잡혀 있는 한국영화는 3월1일 <좋지 아니한가>, 15일 <쏜다>, 22일 <수>, 29일 <뷰티풀 선데이> <이장과 군수> 정도로 뚜렷한 ‘대박성’ 영화가 없다. 게다가 한주당 1편꼴로, 매주 2~3편이 경쟁을 벌인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결국 극장으로 관객을 이끌 큰 호재도, 그 영화의 매진 덕분에 다른 영화까지 덕을 보는 ‘오버플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좀더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배급사보다 극장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비수기에 흥행작 개봉을 피하는 업계의 경향이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하긴 시장이 점점 축소되는데 흥행작을 누가 내놓겠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배급사가 그동안의 막무가내식 ‘와이드 릴리즈’ 배급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어 극장의 프로그램 수급난은 심해질 전망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P&A비용 합리화’ 차원에서 <좋지 아니한가>를 100개는 넘지만 200개는 안 되는 스크린에 배급할 계획이며, 다른 배급사들도 흥행전망이 불투명한 영화의 프린트를 무한정 제작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일부 극장은 특정 영화의 프린트를 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다. ‘영화 프린트를 제공하라’는 극장과 ‘프린트값도 못 건지는 극장에는 영화를 못 준다’는 배급사의 대립도 본격화되는 셈이다. 이제, 극장가에 잔인한 봄이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