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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래 한곡이 영화를 살리다 <복면달호>
박혜명 2007-02-14

‘좋은 노래란 장르에 상관없이 마음을 움직인다.’ 이 주제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영화

젊은 사람들이 갖는 흔한 편견으로 ‘록은 간지나고 뽕짝은 촌스럽다’. 물론 진정한 음악은 장르에 상관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복면달호>는 록가수를 최고로 알던 젊은이가 트로트 가수로 이름을 날리는 이야기 속에 저 같은 주제를 담고자 한다. 봉달호(차태현)는 지방 나이트클럽에서 3류 트로트 가수의 무대 반주를 하는 밴드 리더다. 서울의 음반기획사 사장(임채무)이 앨범을 내준다기에 무작정 상경. 좋아라 했는데 사장은 달호를 트로트 가수를 시키려고 한다. 달호는 “뽕 필(feel)”이 있단 이유로 ‘봉필’이란 예명까지 얻어 활동을 시작한다.

사실 <복면달호>는 <복수혈전>을 제작, 연출, 주연까지 겸했던 이경규가 15년 만에 만든 영화란 점 하나만으로 지저분한 취재 경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번에는 그가 제작자로만 역할했음에도, 편견을 쉽게 바꾸지 않는 대중의 속성상 <복면달호>가 제2의 <복수혈전>이 되진 않으려나 예의 주시하는 태도 또한 적지 않을 텐데, 조심스런 결론을 내자면 <복면달호>는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진정한 음악이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라는 주제를 위해 영화는 달호와 그의 같은 기획사 소속 준비생 서연(이소연) 사이에 로맨스를 만들어준다. 그들 사이의 사랑이 펼쳐지고 어긋나는 과정은 달호가 어떻게 트로트 가수로서 성공하느냐의 설정과 함께 영화의 주제를 받쳐주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이 두 기둥은 모두 헐겁다. 서연에 대한 달호의 사랑도, 트로트와 록 각각에 대한 달호의 태도도 이해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봉달호라는 캐릭터가 정확지 않기 때문이다. 그를 어떤 인물로 그릴 것인가에 대한 입장정리 없이 쓰여진 시나리오라서 <복면달호>는 일관성없는 에피소드들이 주인공 주위에서 난무하는 영화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건 봉달호가 부르는 노래 <이차선 다리> 때문이다. 이 곡은 매우 뛰어난 트로트(또는 발라드) 넘버다. 멜로디와 가사의 감성이 절절하고도 듣기 좋고 완성도 또한 높다. 힘없고 지루한 이야기에 한 시간을 내내 존 사람이라고 해도 차태현이 <이차선 다리>를 부르는 순간 정신이 맑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콘서트신도 잊지 못할 관람의 기억을 선사한다. 좋은 노래 한곡이 영화를 살렸다. 역시 훌륭한 음악은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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