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돼지 윌버(도미닉 스콧 케이)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도축당할 위기에 놓인다. 다행히도 농장 주인 딸인 펀(다코타 패닝)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윌버. 길 건너 펀의 삼촌네 농장에서 살게 된 그는 말 아이크(로버트 레드퍼드), 거위 거시(오프라 윈프리), 모두가 징그러워하는 거미 샬롯(줄리아 로버츠) 등과 친구가 된다. 그러나 돼지의 운명이란 결국 베이컨과 햄으로 귀결되는 것이 농장의 순리다. 성격 뒤틀린 집쥐 템플턴(스티브 부세미)은 윌버가 크리스마스 만찬에 오를 것이라 실토하고, 윌버를 구하기 위해 샬롯은 자신의 거미줄에 ‘멋진 돼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거미줄의 메시지가 온 마을에 알려지면서 윌버는 유명해진다.
<샬롯의 거미줄>은 E. B. 화이트가 1952년에 펴내 전세계적으로 4500만부 이상 팔린 어린이용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80년대 초 유년기를 보낸 관객이라면 TV로 종종 방영된 1973년판 동명의 애니메이션 역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영화는 원작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스 윌리엄스의 삽화가 지닌 기운마저 되살려냈던 애니메이션의 미덕을 따른다. 포스트모던한 할리우드식 각색은 없다. 다코타 패닝의 지나친 어른스러움은 살짝 거세되어 있고, CG는 적당한 수준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됐고, 줄리아 로버츠와 스티브 부세미를 비롯한 스타들의 목소리 출연 또한 도드라지지 않아 더 좋다. 전체적으로 <샬롯의 거미줄>은 고전에 대한 소박하고 충직한 각색에 가깝게 느껴진다.
지나친 선량함이 흠이 될까. 사실 원작 <샬롯의 거미줄>은 삶과 죽음에 대한 관조이기도 했다. 샬롯이 죽으면서 남긴 마지막 작품. 그 속에서 깨어난 수천 마리의 새끼 거미들이 실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죽음과 생은 맞닿아 있다는 교훈을 나름의 방식으로 터득할 것이다(이 장면은 CG가 원작의 감흥을 한층 끌어올린 흔치 않은 예로서도 두고두고 인용될 만하다). 게다가 <샬롯의 거미줄>은 표백제로 씻어놓은 동화가 아니라 모든 하찮은 존재를 예찬할 줄 아는 어른들을 위한 고전으로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E. B. 화이트의 표현처럼 “헛간과 분뇨에 대한 예찬”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PS. 마지막으로 채식주의자들을 위힌 조언 한 가지. 걱정은 붙들어매시길. 윌버 역을 맡은 47마리의 새끼 돼지들은 한마리도 빠짐없이 애완용으로 입양되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