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전용배급망 건립 등 작은 영화의 산업적 기반 다지는 정책 내놔
2007년에는 중국의 작은 영화들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몇년간 계속 이어진 중국영화의 ‘대작 열풍’은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능력의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낸 채 원선(배급망) 독점 같은 폐해를 보임으로써 영화의 창작과 산업 면에서 모두 재고의 여지를 남겼다. 반면에 닝하오의 재기발랄한 영화 <크레이지 스톤>의 성공이나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가 베니스에서 얻은 소중한 성과는 대작 편향적인 중국 영화산업에 작은 영화의 힘을 보여주며 적절한 문제제기의 구실을 마련해주었다. 이런 경험을 교훈 삼아 올 한해 중국 영화계는 저변을 넓히는 작업에 들어간다.
중국광전총국은 올해 벽두부터 꽤 의미있는 두 가지 주요 정책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예술영화를 위한 전문 원선을 건립하겠다는 정책이다. 현재 중국의 영화 배급은 전국에 있는 36개의 원선(개별극장들이 가입한 배급망)을 통해 각 극장에 배급되는 형태다. 그러나 지난 한해만 330편의 극영화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중 3분의 2는 영화관에 진입도 못해본 채 DVD시장으로 직행하거나 외국영화제를 전전하거나, 사장됐다. 운이 좋아 극장에 걸렸다 해도 할리우드영화와 중국 대작에 밀려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내려지기 일쑤다. 그러나 흥행성이 낮다는 것과 근본적으로 관객과의 조우가 어렵다는 건 다른 문제다. 예술영화 원선 건립은 중국 영화산업의 기형적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 작업이 될 것이다. 당분간은 현행 멀티플렉스 중 일부 영화관을 전용해 쓰겠지만 향후 예술영화와 중저예산영화에 맞는 적절한 조건을 갖춘 영화관 건립도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내놓은 또 하나의 야심찬 영화정책은 젊은 감독들에 대한 자금지원책. 광전총국은 젊은 감독들에게 자금지원 외에도 시나리오 선발심사, 영화배급 등 다방면에서 정책적 지지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정부정책이 적절한 시기에 내리는 단비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제작지원과 더불어 작은 영화들의 공평한 시장경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열어놓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예술전용관 확보는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 걱정되는 것은 검열제도가 여전한 중국에서, 이런 젊은 감독 지원책이 젊은 감독들의 현실을 담아내는 명민함과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거나 그들의 작품을 주류화하고 심지어는 주선율화(정책홍보성영화)하는 경향을 낳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용관 확보와 더불어 젊은 감독들의 예리한 창작력을 수용할 수 있도록 검열기준의 수위를 완화하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논리상 중국영화의 대작 촬영이 줄어들진 않겠지만, 이런 중점 정책들이 중저예산의 참신하고 소신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키워냄으로써 중국 영화산업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의미있는 한해가 되기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