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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이제는 웃을 수 있다, 히틀러에 대해?

히틀러에 대한 코미디영화 <나의 영도자…> 둘러싸고 정치·역사 논쟁 일어

지난 1월11일 개봉한 코미디영화 한편으로 나치 역사논쟁, 정치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문제의 영화는 2006년 <추커씨에 올인>(Alles auf Zucker!)으로 독일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다니 레비 감독의 <나의 영도자-아돌프 히틀러에 관한 정말로 진정한 진실>이다. 1945년, 대국민 신년사를 준비하고 있는 히틀러. 그의 측근인 괴링, 괴벨스, 힘믈러 등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나름대로 꼼수를 두느라고 바쁘다. 그중에서도 교활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괴벨스의 계획은 아주 잔인하다. 일단 신년사 준비를 돕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작센하우젠 강제노동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 연극교수 아돌프 그륀바움을 불러들인다. 괴벨스는 신년사 당일 그륀바움을 통해 연단에 폭탄을 설치할 작정이다. 그렇게 되면 히틀러는 유대인 연설 과외선생과 함께 공중분해되어버릴 것이고, 국민들은 영도자를 암살한 자가 유대인이라고 믿게 될 것이니 일석이조. 결국 괴벨스의 흉계는 성공한다.

주지하다시피 히틀러는 폭발로 죽지 않았다. 애인과 지하벙커에서 자살했다. 그리고 패러디를 표방하는 이상 역사의 고증과 신빙성을 들먹이며 감독을 비판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슬랩스틱 코미디를 표방하기라도 하는 듯, 시종일관 히틀러를 넘어뜨리고 기절시키고 주접을 떨게 만들어 관객들로 하여금 역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인물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점은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웃음 속에서 천인공노할 나치의 만행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레비는 작품에 쏟아지는 악평과 정치적 비난에 대해 1월21일 일간지 <벨트> 일요판에 “관객에게 보내는 글”을 기고하여 그 참혹했던 시대에 대해서도 웃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역사이해와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나의 영도자…>가 히틀러를, 처참했던 홀로코스트 시대를 코믹하게 그려낸 첫 작품은 아니다.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사느냐 죽느냐>,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등이 있었다. 그러나 독일인이 만든 히틀러 코미디는 <나의 영도자…>가 최초이며, 더구나 감독은 나치에 의해 추방되었던 유대인 가족의 후손이다. <나의 영도자…>에 쏟아지는 혹평이 꼭 정치적 관점에서만 비롯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의 “정말로 진정한 진실”은 그가 히틀러를 주인공으로 코미디영화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코미디영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레비 감독은 더 신랄할 수 있었지만, 죽도 밥도 아닌 결과물을 내 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