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써클>의 폭력은 징글맞다. 특히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 2번의 전율로 시작하는, 7분간의 당구장 집단난투 장면에서는 ‘그만!’이라는 말을 몇번이나 내뱉고 싶다. 이미 10대를 떠나보낸 게 다행이라는 비겁한 생각까지 들 즈음, 박기형이 왜 아름다운 남자아이들을 폭력의 대리전에 끌어들였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폭력써클>은 <여고괴담>의 남학생 편이 아닐까? 두 영화는 신세기를 시작하고 준비할 1990년대의 새로운 아이들에 비해 구시대를 청산하지 못했던 사회와 학교가 무자격 상태였음을 기억한다. <여고괴담>이 1980년대의 유령에 쫓겨 죽음을 맞이한 여학생을 위한 진혼곡이라면, <폭력써클>은 폭력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남자아이들에게 예정된 비극이다. 고등학교 수업의 시작을 ‘남자되기’의 강요로 시작했던 그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축구만 했어야지’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폭력써클>을 포함한 박기형의 작품들은 예사롭지 않은 주제와 뛰어난 장르영화의 결합이란 성취를 이루고서도 매번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별 반응을 얻지 못해 안타까운데, 그 탓에 DVD도 만족스런 제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폭력써클>의 경우, 감독이 빠진 채 네 배우가 진행하는 음성해설은 공허하고 90분이 넘는 부록도 지루한 나열에 그쳐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