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 비경쟁부문 상영작 목록이 완성을 앞두고 있다. 1월15일까지 발표된 경쟁작과 비경쟁작은 모두 15편. 이중 눈길을 끄는 거장은 자크 리베트, 빌 어거스트, 앙드레 테시네, 스티븐 소더버그 등이다. <정복자 펠레>(1987)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센스 오브 스노우>(1997)로 베를린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어거스트는 <굿바이 바파나>로 10년 만에 다시 베를린을 찾는다. 넬슨 만델라와 그가 투옥된 감옥의 백인 간수와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조셉 파인즈와 다이앤 크루거 등이 출연했다. 2005년 <솔라리스>로 베를린을 방문했던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 커플의 신작은 <착한 독일인>. 전후 베를린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기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자료 필름과 흑백으로 촬영한 필름을 함께 사용하여 1940년대 영화를 향한 오마주를 표현했다. 케이트 블란쳇과 토비 맥과이어 등도 출연했다. 평론가 출신 감독 앙드레 테시네(<프랑스에 대한 추억> <랑데뷰>)는 1980년대 에이즈 환자들의 이야기 <위트니스>로 2년 만에 베를린에 초청됐다. 자크 리베트의 <도끼에 손대지 마라>는 발자크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기욤 드파르디외가 공작 부인과 사랑에 빠지는 열정적인 군인으로 등장한다. 기욤 드파르디외의 아버지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신작 <장밋빛 인생>(올리비에 다한) 역시 경쟁작이자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눈길을 끈다. <장밋빛 인생>은 동명의 샹송을 부른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대기를 다뤘다. 이 밖에도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옐라>(독일), 샘 가바르스키의 <이리나 팜>(벨기에, 독일, 영국), 슈테판 루조비츠키의 <위조자>(독일, 오스트리아), 이리 멘첼의 <나는 영국 국왕을 모신 적이 있다>(체코, 슬로바키아), 사베리오 콘스탄조의 <나를 추억하며>(이탈리아) 등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경쟁부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럽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발표된 13편의 경쟁작 중 미국영화는 모두 3편. 소더버그의 신작 외에 2차대전 중 CIA 전신인 OSS 요원과 그 가족을 다룬 로버트 드 니로의 연출작 <더 굿 셰퍼드>, 미국과 멕시코 국경 도시에서 실제 벌어졌던 여성노동자 살해사건에서 출발한 <보더타운>(그레고리 나바)이 있다. 현재까지 아시아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유일하다. 두편이 발표된 비경쟁부문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와 함께 올해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인 폴 슈레이더가 연출하고, 심사위원 윌렘 데포가 출연한 <더 워커스>가 포진해 있다. 조만간 경쟁작과 비경쟁작 26편의 발표를 마무리할 제57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2월8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