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잠복을 연구해야 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탐사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이제, 편히 만나고 싶습니다.
김기덕은 행복한 감독이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제작자 A씨 “김기덕 감독 영화,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한다. 과대평가받는 감독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브랜드, 확실하지 않나.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서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 영화 모두 돈 내고 극장 가서 봤다. 자기 네임 밸류와 자기 에너지만으로 작품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 감독이니만큼 앞으로 당당하게 영화 만들었으면 좋겠다. 도망간다고 하지 말고. 그가 만드는 영화가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큰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니까. 당기면 보는 것이고, 보기 싫으면 안 보는 것이고.”
과거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홍보했던 마케터 B씨 “지난번 발언은 갖고 있던 상처를 공격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그러는 와중에 본인이 더 큰 상처를 갖게 됐을 것이고. 사실 해외에 가서 살지 않는 한 한국 관객을 배제하고 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감독 본인도 그것을 느꼈기 때문에 마음을 바꾼 것 아닌가 싶다. 이젠 좀더 관객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게 필요한 때라고 본다. 감독 스스로 마케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내 기억으론 <활> 때부터 인터뷰에도 잘 응하지 않고, 언론에도 포스터만 달랑 하나 풀고 그러는 것 같은데. 이젠 달라지지 않을까. 달라졌으면 좋겠다.”
김기덕의 은퇴 발언을 퍼포먼스로 이해하라고 했던 영화주간지 편집장 C씨 “김기덕 없는 한국 영화계를 상상해본 적 있다. 홍상수 없는 한국영화처럼 반쪽일 것이다. 게다가 작품 수로 보면 엄청난 비중이다. 그가 한국 영화계를 떠나고 다른 외국 잡지에서만 신작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렇게 되면 화가 좀 날 것 같았다. <카이에 뒤 시네마>든 <필름 코멘트> 등 외국 영화잡지가 김기덕 영화를 가장 잘 아는 척하고 우린 그를 예술가로 이해 못한 작자들이 되니까. ‘한국에서 버림받은 김기덕, 칸영화제 수상’ 같은 기사를 외국 신문에서 보면 김기덕 영화의 팬으로서 기분이 꽤 씁쓸할 것 같았다. 돌아와서 다행이고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