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 결혼식이 분명한데 장소는 축구장이고, 신랑을 비롯한 남자 하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예식 내내 심드렁하던 신랑, 그에게 다가가 한 친구가 결혼 선물이라며 월드컵 결승전 관람 티켓을 내민다. 그제야 남자는 감격에 복받쳐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라고 외친다. 신부를 얻은 것이 아니라 월드컵 결승전 티켓을 얻은 것으로 인생 최고의 날을 헤아리는 남자와 그의 친구들. 축구광이자 마을 축구 클럽 ‘엠마 95’의 선수들이다. 베를린에서의 어엿한 직장 생활까지 접고 이곳 고향마을에 돌아온 폴(크리스티안 울멘)도 그중 하나다. 그는 결원이 생긴 ‘엠마 95’에서 스트라이커로 다시 뛰고 싶은 마음에 모든 걸 버리고 이곳에 왔다. 폴의 지나친 축구광적 기질이 고쳐졌다고 믿었던 애인 안나(노라 치르너)는 그의 속셈을 알아차린 뒤 실망하고, 홧김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엠마 95 선수들의 아내와 애인(10명의 여자와 1명의 게이)을 모아 축구팀을 결성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엠마 95 선수들을 향해 한판 붙자고 제안한다. 지는 팀이 이긴 팀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내기를 건다. 그들이 바라는 대의는 남편과 애인이 축구에 목매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제 이 마을에는 축구를 내치기 위해 축구를 배우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축구에 질려버린 부인과 애인들이 결성한 팀의 이름은 이 영화의 원제 ‘FC Venus’다.
<내 남자 길들이기>는 2005년에 핀란드 감독 주나 테나가 연출한 영화를 2006년에 독일 감독 위테 빌란드가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스포츠, 그에 열광하는 남자,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여자라는 삼각 갈등은 종종 이런 식의 가볍고 유쾌한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내 남자 길들이기>에서는 특히 ‘FC Venus’가 어렵게 11명의 선수를 채워나가는 에피소드가 유쾌하다. 그렇다면 승부는 어떨 것인가. 아내 또는 애인에 대한 사랑과 축구에 대한 사랑 중 어느 하나만 진지하고 격렬하게 선택되는 건 이런 쾌활한 기조의 영화가 원치 않는 결말일 것이다. 가령 이 영화의 원안은 축구에 미친 남편에 너무나 질린 나머지 ‘나인가 축구인가’를 요구한 아내에게 그녀 대신 축구를 선택하겠노라고 말한 한 남자의 실화라고 하는데, 영화는 앞으로 그 유사한 상황이 올 때마다 이렇게 상상하라고 제안한다. ‘당신도 축구를 좋아하게 되면 우리는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것 아니겠어’라고. <내 남자 길들이기>는 축구를 매개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