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하여 ‘시류에 편승하여 대세와 야합한다’라는 굳은 신조를 올 2007년에도 어김없이 유지해볼라구 하는 필자 역시 신년맞이 분위기에 편승, 몇 가지 소망들을 읊조려보고자 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소망기원체로 문체를 전환하고자 하니,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다 함께 ‘오늘도 무사히’적인 자세로 임해주시길 부탁드려 마지않는 바이다.
우선 첫 번째 소망. 지난 한해는 급작스러운 국지성 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등장인물들이 유난히도 많았사옵니다. <연리지> <도마뱀> <사랑따윈 필요없어> <그해 여름> <허브> 등등의 영화에서 우산도, 우의도, 방수점퍼도, 심지어는 비니루 봉다리 하나조차도 제공받지 못한 채 아무런 맥락도 없이 냅다 쏟아지던 국지성 호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체온저하와 싸워야 했던 가엾은 배우들의 희생이 올해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주시옵소서. 그들의 희생은 너무나도 무의미한 것이었나이다.
두 번째 소망. 지난 한해는 한국 영화계 곳곳에 각종 불치병들이 창궐했던 한해였나이다. 상영시간 중간가량을 넘기기만 하면 마치 WHO 절대 권장사항이라도 되는 듯 주연급 캐릭터들을 줄줄이 쓰러지도록 했던 그 불치병들은, 심지어는 인간 등장인물들뿐만이 아닌 말(馬) 캐릭터에마저도 무시무시한 마수를 뻗치었던 바 눈물압착형 지향적 한국영화들에 드리워진 가공할 위력은 가히 천형이라 하여도 지나침이 없었다 할 것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불치병은, 주인공급 캐릭터들로 하여금 ‘마지막 한명의 고객이 울 때까지’를 모토로 삼는 본전보장형 울음을 최소 10분 이상 지속하도록 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던 바, 이러한 ‘관객보다 먼저 달려나가는’ 울음으로 도탄에 빠진 관객을 부디 굽어살피시어 영화판의 불치병들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지면 관계상, 세 번째 소망부터는 짧게 하겠나이다. 거의 30년대 미키 마우스 영화마냥 평균 10초 간격으로 관객의 감정흐름에 참견을 하는, 오버적 배경음악을 박멸시켜주시옵소서. 그들이 웃으라고, 또는 울라고 강요치 아니해도 그럴 만한 장면이면 관객은 알아서들 그러나이다. 네 번째, 영화 캐릭터들의 노래방 출입을 삼가게 하여주시옵소서. 내 돈 내고 들어간 극장 스크린에서, 배우들이 아무 맥락없이 노래방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할 때, 관객은 어떻게든 1분이라도 더 끌어보려는 시청률 높은 드라마의 말년 추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됨을 알도록 하여주시옵소서.
이외에도 기타 등등 드릴 소망은 많사옵니다만, 올해도 변함없이 대각선으로 누워 자야 할 정도로 협소한 지면만이 허락되어 있는지라, 한 가지만 더 하고 이만 줄이겠나이다.
올 한해, 부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들이, 훨씬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하여주시옵소서.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비록 더이상 투덜거릴 건수가 없어진다 하여도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