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에서 유튜브까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지난해 12월27일 2006년 한해를 장식한 ‘의미심장한 순간들’(Moments of Significance)을 발표했다. ‘의미심장한 순간들’은 매년 개최되는 AFI 시상식의 일환으로 발표되는 리스트로, 한해 동안 미국 문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 사건들이 선정된다. 비평가, 학자,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26명의 전문가가 심사를 담당한 2006년의 ‘의미심장한 순간들’에는 총 8가지 사건들이 선정됐다.
AFI가 리스트의 머리에 올려놓은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2차대전 당시 최대 격전이었던 이오지마전투를 미국과 일본의 관점에서 각각 조명한 2편의 영화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에 보내는 찬사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국보”(national treasure)라고까지 명명한 AFI는 “이 작품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공명하며 위대한 영화 체험을 선사한다”면서 “미국적인 관점만이 인류 전체를 대변할 수 없음을 상기시켜주는 서사시”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 뒤를 이은 것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타임>이 지난해 말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도 한 유튜브에 대해 AFI는 “관객이 제작자와 배급자 역할을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 밖에도 <불편한 진실> <파편 속의 이라크>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나선 다큐멘터리들의 등장, 합법적 영화 다운로드로 가속화된 VHS의 죽음,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제재에 발동을 걸고 나선 방송사들의 연합, O. J. 심슨 인터뷰의 방영을 취소한 폭스사의 결정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2006년 ‘의미심장한 순간들’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얼마 전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로버트 알트먼 감독. AFI는 “그는 미국영화의 진정한 거장”이라며 “알트먼의 작품들은 장르를 초월하면서도 지워지지 않는 인장을 남겨 후대 예술가들과 관객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다”며 추모와 경의의 메시지를 보냈다. AFI 시상식은 오늘 1월12일 LA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