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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꿈을 타고 자란다, <중천>의 정우성
문석 사진 이혜정 2006-12-22

정우성은 유난히 남성팬을 많이 가진 남자배우다. 주변 이야기도 그렇지만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도 그건 확실하다. 세상에 많고 많은 멋진 남자배우 중에서 유독 “우성이 형”이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반항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긴 키를 구부정하게 접고 헷, 하는 표정을 지은 채 부조리한 세계를 뜨겁게 쏘아보는 그의 눈빛은 뭇 남성들이 갈망하는 무언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그 이미지의 상당 부분은 <비트>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 민이에게서 출발한다. 순수한 내면과 폭발적인 행동력을 가진 민이는 새로운 액션 캐릭터의 출현을 의미했다. 민이는 대의나 명분의 주먹이 아닌 허한 내면의 주먹을 휘둘렀고, 속도를 위한 질주가 아닌 절망을 향한 질주를 보여줬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정우성은 민이로 살아왔다. <태양은 없다> <유령> <무사>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조금씩 변주됐을지언정 본질은 민이와 그닥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정우성이 멜로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새드무비> <데이지>를 선택한 건 민이의 세계로부터 탈주하려는 의도처럼 보였다.

그러던 그가 판타지 무협액션영화 <중천>에 출연했다. 그가 연기한 이곽이라는 캐릭터는 순수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사랑하는 연인 연화(김태희)를 잃은데다 형제처럼 함께 지내던 퇴마부대 처용대원들이 몰살당한 뒤 그는 이상한 기운에 휘말려 ‘중천’에 다다른다. 중천은 죽은 영혼이 저승으로 가기 전 49일 동안 이승의 묵은 때와 기억을 씻는 공간. 그곳에서 연화와 똑같이 생긴 소화를 만난 그는 과거 처용대의 수장이었던 반추(허준호)가 중천을 장악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이곽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이곽에게는 신념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 사랑에 대한 신념과 집단이나 동료에 대해 쌓아온 신념. 반추는 그 신념을 저버렸기 때문에 싸워야 하는 것이죠.”

순수한 신념을 보존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중천>의 이곽은 민이와는 달라 보인다. 그 사이에는 20대의 청춘과 30대의 원숙함, 반항기와 신념, 육체적 의지와 정신의 힘 등을 가르는 강물이 놓여 있다. “2~3년 전에야 제가 아직 <비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았죠. 깊은 멜로가 가미된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는데 30대에 접어들면서 걸리게 된 거죠.” 그가 <중천>을 선택한 것은 <비트> 때부터 맺어온 ‘김성수 사단’과의 인연과 의리가 큰 영향을 끼쳤지만, “무엇보다 그들이나 나나 서로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그룹에서 단지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윤곽과 방향을 논의하는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민이와 이곽이 달리 보이는 것도 정우성이 그만큼 ‘대가리가 커졌다’는 얘기일 것.

그는 현재 작업 중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예정이다. 또한 할리우드와 아시아 시장을 향한 모색도 하는 중이다. “그런 꿈이 잦아들지 않으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거겠죠.” 시원한 바닷소리를 들려주던 그의 눈이 어느새 순수한 열정을 담은 민이의 눈빛을 내고 있다.

정우성이 본 후배 연기자 김태희

후배지만 놀라워 우선 이렇게 기간도 길고 오지에서 진행된 로케이션이 처음일 텐데 그것을 견딘 것만도 대단하다. 특히 여자가 생활하기엔 열악한 현장이었을 텐데. 태희는 나나 (조)동오 형이나 다른 스탭들이 하는 거친 농담을 버텨야 했다. 우리는 도무지 끊어야 할 타이밍을 모르니 얼마나 어려웠을까. 소화라는 캐릭터가 참 잡아내기 어려운데 비교적 잘해냈다고 본다.

후배라서 아쉬워 촬영 들어가기 전 태희는 나름대로 감정선을 계산해가지고 들어왔다. 감정신이라는 게 순발력을 많이 필요로 하잖나. 그런데 애초 잡았던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서 바꾸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대화도 많이 했지만, 결국 태희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워낙 좋은 태도를 갖고 있는 배우라 금방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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