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부화가 늦은 알을 앞에 두고 근심하는 아버지 펭귄, 멤피스(휴 잭맨). 아들 멈블(엘리야 우드)이 남과 달리 부리가 아닌 두발부터 알을 박차고 나온 뒤로, 춤을 멈추지 않는 아들의 ‘행복한 발’이 그에겐 큰 고민이다. 펭귄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하트송’를 불러 운명의 짝을 찾아야 할진대 멈블은 최악의 음치인데다가 멈블이 좋아하는 탭댄스는 전혀 펭귄답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차마 들어줄 수 없는 노래실력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고 펭귄학교 졸업장도 따지 못한 채 실의에 빠진 멈블이 탭댄스 역시 엄연한 하트송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좇는다. 그 길에서 멈블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아델리 펭귄 라몬(로빈 윌리엄스), 느끼한 허풍쟁이 예언자 러브레이스(또 로빈 윌리엄스) 등을 만난다.
난데없이 펭귄 열풍이라도 분 것일까. 지난해 여름, 죽음 같은 추위가 이어지는 남극에서 꿋꿋하게 생존하는 황제펭귄의 생태를 담은 동물다큐멘터리 <펭귄: 위대한 모험>에 열광했던 관객은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을 예고편으로 접하고 어리둥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조지 밀러 감독은 <펭귄…>보다 훨씬 이전에 TV 동물다큐멘터리를 접하고 <해피피트>를 구상했다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이 황제펭귄에게 느끼게 된 친밀감은 <해피피트>가 북미지역 개봉 뒤 거둬들인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동물애니메이션과 달리 황제펭귄의 외모를 성실하게 모사하고 그들의 습성을 중요한 설정으로 받아들인 <해피피트>는 분명, 인간으로 하여금 조화를 이뤄 살아가야 할 자연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를 넘어섰다. <Kiss> <Somebody to Love> <Boogie Wonderland> 등 친숙한 팝명곡 전부를 개사하거나 일부 소절을 차용하는 팝뮤지컬 전략, 남극의 자연을 실사처럼 묘사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액션을 매끄럽게 표현한 기술, 캐릭터를 한결 풍부하게 만들어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등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갖춘 것은 기본이다.
펭귄이 살기 힘들어지는 것이 외계인, 즉 인간 때문임을 증명하기 위해 멈블이 먼 길을 떠난 이후. 심오한 철학마저 느껴지는 영화의 후반부는 흥겨운 뮤지컬에서 웅장한 서사시로 장르의 반전을 시도한다. 남과 다름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멈블의 성장담만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을 <해피피트>는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예의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덕분에 관객은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은 펭귄들의 귀여운 재롱에 묵직한 화두까지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