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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윗하트
2001-09-25

■ Story

그웬(캐서린 제타 존스)과 에디(존 쿠색)는 미국 최고의 연인이자 화려한 영화배우 커플이었다. 그웬이 스페인계 남자배우와 스캔들이 나기 전까지는…. 그들은 현재 별거중이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어느날, 에디의 오랜 친구이자 그웬의 매니저인 키키(줄리아 로버츠)에게 어려운 일이 생긴다. 그웬과 에디가 마지막으로 함께 출연했던 영화 홍보를 위한 시사회에 그웬을 참석시켜야 하는 것이다. 영화 제작사는 그들이 다시 재결합하려는 것처럼 보이게 해 영화를 히트시켜 보려는 야심찬 계획을 꾸민다. 그 책임을 맡은 사람은 다름 아닌 베테랑 홍보 담당자 리(빌리 크리스털). 그는 자리 자기를 보전하기 위해 이번 언론 홍보건을 목숨을 걸고라도 성공시켜야만 한다.

■ Review

할리우드의 연인들은 만인의 연인이다. 비비안 리로렌스 올리비에, 엘리자베스 테일러리처드 버튼, 톰 크루즈니콜 키드먼은 잊어달라. ‘검안사의 사랑’을 통해 지금 전세계의 연인이 된 그웬 해리슨과 에디 토머스는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만나 싸우는 금세기 최고의 엎치락뒤치락 연애담을 선보인다.

관객이 구미를 당겨하는 영화 소재라면 뉴욕 테러를 로스앤젤레스의 악몽으로라도 바꿀 할리우드가 이제껏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 스타들의 사생활을 가십거리 이상으로는 취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좀 이상한 일인건 분명하다.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존 쿠색, 빌리 크리스털 같은 쟁쟁한 스타들이 바로 자신들의 삶을 겨냥해 조롱과 비아냥을 퍼붓고 스타가 스타를, 스타가 일반인을 연기한다. 자기반영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뉴욕의 인디영화나 우디 앨런식의 작가주의 영화가 아니라 바로 할리우드 내부에서 나오는 직격탄을 쏜 것이다.

할리우드는 추악한 곳이고 스타들은 인형처럼 조작된 이미지에 팔려서 세월을 보낸다. 홍보 담당자 리는 동료 부하에게 우리 어머니가 죽더라도 홍보를 위해서라면 ‘그런 희대의 걸작을 못 보고 돌아가시다니’라며 눈물지어야 한다고 훈계한다. 영화 속의 홍보 담당자와 제작자는 흥행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배우들에게 자살시도 이벤트라도 일어나길 은근히 기대한다.

그러나 무슨 로버트 알트먼류의 <플레이어>에나 나올 법한 액자영화의 형식과 할리우드 맹공의 자세는, 줄리아 로버츠가 존 쿠색에게 애틋한 눈길을 보내는 그 순간부터 로맨틱코미디의 자장을 따라 태연하게 궤도를 이탈해서 표류하기 시작한다. 그웬 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는 양치질 수발에다 입던 옷도 도로 뺏는 불치의 공주병 환자인 반면, 줄리아 로버츠가 분한 언니 키키는 그런 동생을 말없이 받아주는 착한 여자. 이런 식의 캐릭터의 전형화는 <아메리칸 스윗하트>를 콩쥐팥쥐류의 이야기로 급전직하시키는 동시에, 로맨스의 스윗한 어떤 부분 즉 만남의 숙명성, 관객이 동일시할 만한 자잘한 일상의 묘미나 가슴 적시는 훈훈한 감동 따위를 태연하게 증발시킨다.

<아메리칸 스윗하트>의 각본은 바로 <애널라이즈 디스>를 썼던 빌리 크리스털과 피터 톨란의 합작품. 그러나 이들은 ‘애널라이즈 할리우드’를 하려다 오히려 자신들의 각본 실력을 해부당했다. 여기에 디즈니와 폭스사의 사장을 역임했고, 돈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며 다시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조 로스의 평이한 연출도 마이다스의 실험정신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인 듯.

사정이 이러하니 존 쿠색과 캐서린 제타 존스에게서 만남의 환희나 헤어짐의 고통 따위는 기대하지 말자. 다만 로맨틱코미디라면 물 만난 고기 같던 줄리아가 30kg 이상 살찐 모습으로 관객에게 등장하는 깜짝쇼가 즐거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제 ‘네가 아는 것을 써라’던 할리우드의 격언은 차라리 ‘네가 아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써라’로 바뀌어야 하지는 않을까?

팀 로빈스가 살인을 해도 피살자의 애인인 그레타 스카치와 행복하게 사는 <플레이어>의 해피엔딩이 할리우드의 해피엔딩 관습에 대한 지독한 조롱이라면,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할리우드의 해피엔딩 관습에 행복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니 금번 본 최고의 영화 카피에 대한 오마주로 할리우드라는 가장 달콤쌉싸름한 장소를 비판해본다면. 할리우드가 어떻게 변하니?

심영섭/ 영화평론가 chinablue9@hanmail.net

▶ 감독 조 로스 <제작자, 메가폰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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