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영화가 거대해지고 있다. 미국 연예산업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최근 미국 독립영화계에 제작비 1천만달러를 웃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몇몇 독립영화 제작사들이 2007년 제작비와 판권 구입 예산을 늘려 책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스 서치라이트처럼 대규모 영화사에 소속돼 있는 독립·예술영화 제작사들이 판돈을 올려놓은 것이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영광의 날들> 등을 배급한 IFC 소속 제작자 조너선 대이나는 “폭스 서치라이트는 700만달러에서 1200만달러에 달하는 영화들을 제작할 예정인데, 거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 마케팅 비용과 대규모 배급망을 확보할 여력이 없는 독립영화 제작사들은 당분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할 예정이다. IFC는 뉴질랜드영화 <아웃 오브 더 블루>처럼 규모가 작은 영화의 미국 내 배급 판권을 계속 구매할 예정이고,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작품상을 비롯해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수작 <하프 넬슨>을 제작한 싱크필름도 얼마 전 다큐멘터리 <힙합 프로젝트>를 사들였다. 그러나 그들 또한 독립영화계의 변화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 최근 <시티 오브 갓>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신작 <블라인드니스>를 두고 포커스 피처스와 경쟁하다가 패배했던 퍼스트 룩은 2007년 6∼12편의 영화를 제작할 비용으로 800만달러를 확보해두었다. IFC도 제작비가 400만달러에서 1천만달러에 이르는 영화 여섯편을 제작할 계획이다.
독립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고 홈비디오를 비롯한 부가판권 판매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이런 경향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 올해 미국 독립영화계 최고의 성공작 중 하나로 꼽히는 <하프 넬슨>도 박스오피스 수입은 2700만달러로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리틀 미스 선샤인>으로 성공을 거둔 폭스 서치라이트를 비롯해 파라마운트 빈티지와 워너 인디펜던트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독립영화 제작사도 변해갈 수밖에 없다. IFC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 조너선 셔링은 “더 커지든지 더 작아지든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퍼스트 룩 픽처스 사장 루스 비테일 또한 “대형 영화사들의 예술영화 제작사들은 언제나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다음 작품 구매에도 도전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를 발견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