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는 삼각관계다. 연적의 등장은 관계의 편안함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그것은 다시 관객이 느끼는 어떤 정서, 슬픔이나 분노, 괴로움, 즐거움 등에 강렬하게 호소한다. <연애의 기술> 역시 삼각관계에서 출발한다. 하비에(에르네스토 알테리오)와 사랑에 빠진 파울라(나탈리아 베르베케)는 자신의 애인이자 하비에의 친구인 페드로(귈레르모 톨레도)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둘의 관계를 모르는 페드로는 떠나려는 파울라를 붙잡는다. 노래와 춤을 삽입해 뮤지컬을 차용한 형식 외엔 그닥 색다를 것 없는 도입부를 넘어서면 <연애의 기술>은 한층 놀라운 경지로 나아간다. 상심한 페드로를 위로하려던 하비에의 여자친구 소냐(파즈 베가)가 페드로와 잠자리를 함께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이중으로 꼬여가기 때문이다.
금기를 깬 연인들이 비극으로 치닫는 데 비해 <연애의 기술>의 결말은, 그 과정에서 질투로 인한 다소의 폭력 행위를 수반하긴 하지만 오히려 해피엔딩이라 부를 만하다. “걱정하지 말고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사랑을 해요.” 마지막 신에서 두쌍의 연인이 입을 모아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비밀스럽고도 공공연하게 ‘체인징 파트너’를 즐기는 것이 이 영화가 제시하는 ‘연애의 기술’임을 은근히 설교한다. 결혼만 안 했다 뿐이지 실상 스와핑에 가까운 복잡한 관계의 설정 외에도 반복적으로 구연되는 “우린 다 양성애자”라는 대사, 레즈비언 혹은 마초남의 등장 등은 <연애의 기술>이 온갖 형태의 사랑이 장난스레 펼쳐지는 놀이판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코믹 터치가 유난히 강해 등장인물들에 쉽게 동화하기 어렵고 남자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는 결함에도 영화 속 사랑놀음은 그 자체만으로 색다른 시도라고 여겨진다.
스페인의 자유로운 공기를 담은 <연애의 기술>의 원제는 ‘침대의 다른 쪽’(El Otro Lado De La Cama). 영화가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런 관계를 다룬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한글 제목보다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스페인어 특유의 매력이 살아 있는 삽입곡들이 자막없이도 즐거이 귓속으로 파고들고 사랑을 잃고 울부짖는 철없는 남자들이 진한 외모 때문인지 귀엽게 다가오는 것이 이 영화의 태생에서 비롯된 장점. 죄책감 없이 바람을 피우는 소냐 역을 맡은 파즈 베가는 훌리오 메뎀 감독의 <루시아>에서 사라진 남자친구를 뒤쫓는 루시아, <스팽글리쉬>에서 홀로 꿋꿋이 딸을 키우는 멕시코 이민자 플로르 등을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