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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찍어도 좋습니까?
김혜리 2006-11-01

신 자살자 촬영한 다큐 <다리> 논란, 에릭 스틸 감독 “자살 경계심 높이기 위한 것”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투신 자살자들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다리>(The Bridge)가 10월 말 미국 개봉을 맞아 논란과 화제를 낳고 있다. <다리>의 에릭 스틸 감독은 2004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각각 광각렌즈와 망원렌즈 한 세트가 딸린 네대의 카메라를 금문교 주변에 설치하고 23명의 투신 현장을 필름에 담았다. 그리고 자살 기도자의 가족과 친구 인터뷰를 덧붙여 영화를 완성했다. 올해 초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와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는 <다리>는 실제 인간의 죽음을 필름에 기록했다는 점에서 ‘스너프 필름’(카메라와 관객을 위해 미리 계획된 죽음을 찍은 영화)과 비교되며 “영화로 찍어서 공공 상영할 수 있는 내용의 한계는 어디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던졌다.

10월22일치 <뉴욕타임스>의 데니스 림은 에릭 스틸 감독의 <다리>와 함께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단체 ‘비상구협회’의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비상구>(Exit)를 거론하며 “존중할 만한 스너프 필름이라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고 관찰했다. 그리고 이 현상의 진원지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목격한 대규모의 죽음인 9·11 테러라고 지목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9.11 당시 근처에서 직접 목격한 세계무역센터의 붕괴에 영향을 받아 <다리>에 착안했다는 에릭 스틸 감독의 말을 전했다.

에릭 스틸 감독은 다큐멘터리 <다리>가 “자살 방지 인식을 높이려는 시도였다”고 단언해 선정주의 의혹을 일축했다. “나와 스탭들은, 우리가 영화인이기 전에 인간이라는 점에 만장일치했다. 그래서 자살 기도자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반드시 개입해 해상구조대에 연락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촬영된 인공구조물인 금문교의 별명은 ‘투신 자살을 부르는 자석’.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1937년 건립 이후 금문교에서 투신 자살한 사람은 1200명이 넘는다. 현재 금문교 관리당국은 자살방지 철책 건설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문교의 대변인 메리 커리는 “다만, 공공자본의 현명한 사용이라는 면에서 2500만달러를 23명의 구명에 쓰는 것이 적절한가는 어려운 문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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