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검열·관리하려는 중국 정부의 눈매가 매섭다. 이번 가위질의 희생자는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 다혈질 형사 소니와 마약조직 보스의 여자 이사벨라의 강렬한 애정 행각이 담긴 20분가량이 잘릴 위기에 처했다. 소니 역의 미국 배우 콜린 파렐과 몸을 섞는 이사벨라 역의 공리가 중국 태생이라는 점이 정부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다. 세계 각지에서 7월27일부터 10월 사이 관객을 찾은 <마이애미 바이스>의 중국 내 개봉은 자국영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외화상영 금지기간으로 인해 11월1일로 미뤄졌다. 제작사인 유니버설픽처스는 8월 말 개봉을 지레짐작한 반면 현지 언론들은 입을 모아 장이모 감독의 뮤즈였던 공리의 섹스신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공리의 불운은 처음이 아니다. 공리가 질투어린 게이샤 하츠마마를 연기한 <게이샤의 추억>은 아예 중국 내 개봉을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극중 게이샤들이 종군위안부를 연상시켜 반일감정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중국 정부의 설명처럼 무엇보다 중국 배우인 공리와 장쯔이가 게이샤로 분해 일본 남자들과 나뒹군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미션 임파서블3>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속 비밀을 파헤치는 <다빈치 코드> 역시 심의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미션 임파서블3>는 상하이를 낙후된 도시로 묘사해 해당 신을 삭제토록 했으며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극중 식인 관습을 그려 상영불가를, <다빈치 코드>는 종교적 이유로 상영 중단을 각각 통보받았다.
그 사이 영화산업을 장악하려는 중국 정부의 구시대적 발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여름 궁전>의 칸영화제 출품으로 5년간 영화제작 금지처분을 받은 로우예 감독이 제11회 부산영화제를 찾아 당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건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나는 영화제 참여가 예술가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 <여름 궁전>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을 담은 영화. 정부 당국은 <여름 궁전>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기 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 <수쥬>에 이어 영화제작 금지처분을 두 번째로 경험하는 로우예 감독은 중국에서 계속 작업할 것을 선언했지만 동시에 강한 당혹감을 표시했다. “6년 전에는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중국은 많이 변했다. 이건 10년 전 뉴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