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A>는 세계적인 파이터들이 모여 펼치는 무술 경기의 이름이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의 줄임말인 이 제목은 액션물인 <DOA>가 그려나갈 세계를 함축한다. 뮤겐텐신 부족의 공주이자 닌자인 카수미(데본 아오키), 남자들의 시선을 현혹시키는 미모의 도둑 크리스티(홀리 밸런스), 강도떼도 손쉽게 제압하는 근육질 레슬러 티나(제이미 프레슬리),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기는 DOA 경기 창시자의 딸 헬레나(사라 카터)를 비롯, 경기에 초대받은 파이터들을 비추며 영화는 출발한다. 배경은 도아섬. 경기는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되며 KO 당하는 즉시 섬을 떠나는 것이 룰이다. 주특기가 다르고 목적 역시 제각각임에도 싸움만큼은 자신있는 다섯 여전사들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내지른다.
폐쇄된 공간에서 승부를 겨룬다는 기본 설정만 놓고 보면 <DOA>는 <배틀로얄>과 닮았다. 하지만 잔혹한 동시에 소름 돋을 만큼 쾌락적이었던 <배틀로얄>과 달리 <DOA>의 세계는 얄팍하다. 과장된 액션신이 거듭 쏟아짐에도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친구조차 해쳤던 <배틀로얄>식 처절함은 찾아볼 수 없다. 파이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덤벼드는 이유가 미끈하게 짜여진 몸사위에 파묻힌 까닭이다. <버추얼 웨폰>을 연출한 원규 감독이 레슬링, 닌자술, 익스트림스포츠 등을 인용, 새로운 액션을 선사하려 한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쾌감이라는 열매가 맺힐 리 만무하다.
비현실적인 액션과 설정, 만화적인 의상,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인용한 화면에서 <DOA>가 동명 비디오 게임 시리즈를 아버지로 뒀다는 사실은 명확히 드러난다. 게임의 인기를 기반 삼아 제작된 <DOA>는, 그러나 종이 인형처럼 평면적인 게임 캐릭터에 매력적인 사연을 덧입히는 데 실패했다. 대신 여전사들의 굴곡있는 몸매를 강조하며 구멍 뚫린 드라마를 메우려 든다. <씬 시티>에서 냉철한 킬러 미호를 연기한 모델 출신의 혼혈 배우 데본 아오키, 2002년 싱글 앨범 <Kiss Kiss>로 데뷔해 섹시한 춤을 선사했던 홀리 밸런스는 여전사 중 가장 낯익은 인물. 거구의 남자를 때려눕히며 드러나는 두 여배우의 각선미가 가장 인상적인 눈요깃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