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마카오는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왕가위나 프루트 챈이 반환을 앞둔 홍콩의 불안을 형상화했듯, 팡호청은 <이사벨라>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 마카오의 마지막 여름을 보여준다. 비리에 연루되어 쇠락한 경찰 싱(두문택)은 유흥가를 떠돌다 얀(이사벨라 롱)을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싱에게 얀은 그저 하룻밤을 보낸 상대였지만, 얀은 자신이 싱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그날부터 얀은 싱에게 돈을 요구하고 결국 둘은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다. 비록 만남은 어색했지만, 세상에서 홀로 남은 이 둘은 점차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부녀지간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아닌 걸 알면서도 서로를 속이고 있는 걸까? 영화는 몇 가지 단서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명확한 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팡호청의 관심은 이들이 부녀인지, 연인인지의 사실관계를 따지는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근친상간을 떠올리게 하는 극단적 소재는 낯선 두 타인이 소통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극적인 도구인 셈이다. 그렇다고 그가 새로운 관계의 형성을 낭만적으로 낙관하고 그리고 있는 것만도 아니다. 싱이 감옥에서 나올 몇년 뒤, 얀과 싱의 관계에는 변화가 찾아올까. 이들은 과거를 버리고 어떠한 관계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1999년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마카오를 둘러싼 불안의 공기는 이러했을 것이다.
<이사벨라>에는 마카오의 숨겨진 뒷골목 풍경을 미학적으로 담아내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전형성을 벗어나려고 애쓰는 카메라의 다양한 각도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몽환적인 톤은 매우 감각적이다. 영화의 후반을 장식하는 포르투갈 민속음악인 파두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을 감싸는 다채로운 음악은 영화와 별개로도 충분한 울림이 있다(<이사벨라>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많은 평자들이 팡호청을 제2의 왕가위라고 칭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이야기를 넘어서 아름다움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풍경과 음악은 마카오의 1999년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가린다. 시작은 충격적이었으나 어느 순간 그 극단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밀어내고 개인의 낭만적 감성으로 돌아오는 듯한 방식도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