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다큐멘터리의 산실로 거듭난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12일에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아시아다큐멘터리 제작지원, 배급, 상영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sian Network of Documentary, AND) 개최요강을 발표했다. 영화제 기간 중 10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되는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는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을 맡고 있는 홍효숙 프로그래머의 총괄책임하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아시아의 유수 다큐멘터리영화제 관계자들이 선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자국의 다큐멘터리 제작현황과 개선점에 관한 협의에 참여하는 아시아 선정위원들은 일본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코디네이터 아사코 후지오카,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제인 유, 중국다큐멘터리영화제와 중국독립영화제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장 시엔민, 타이영화제단 프로젝트 디렉터인 찰리다 으아붐렁짓이 있다.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는 개최 첫해인 올해 1억3천만원에 달하는 펀드를 조성해 아시아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한다. 부산대학교, 영산대학교, 경성대학교 등 영화 관련 학과를 두고 있는 부산 소재의 대학 6곳과 한국코닥주식회사, 부산은행 등 6개 기업에서 AND 펀드 조성에 참여했다. 대학의 경우, 한국 프로젝트와 아시아 프로젝트에 선별적으로 기금을 제공하는 동시에 산학협동 체제로 학생들의 다큐멘터리 제작현장 경험도 도울 생각이다. 펀드의 지원으로 완성된 다큐멘터리영화들을 케이블 방송으로 선보일 수 있는 5천만원 규모의 차후 지원은 중앙방송쪽에서 중앙펀드로 별도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펀드 조성 첫해의 수혜를 받는 프로젝트는 총 15편이다. 총 60개 프로젝트가 접수되었으며, 한국 프로젝트, 부산/경남 프로젝트, 재외동포 프로젝트, 아시아 프로젝트로 나뉘어 15편이 지원대상이 되었다. 한국 프로젝트로는 판소리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백연아 감독의 <소리아이>, 보육노동자의 삶에 주목하는 류미례 감독의 <먼 길>과 같은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재일동포인 양영희 감독은 <선아, 또 하나의 나>를 통해 북한에 사는 조카의 이야기를 담을 생각이며, 중국의 간차오 감독은 현대사와 개인사를 고찰하는 <버려진 아이>로 제작지원을 받게 되었다. 중국과 일본이 합작으로 제작하는 <야스쿠니 신사>는 중국과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의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전쟁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룰 예정이다.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 행사는 10월13일 AND 펀드 시상식을 시작으로 3일간의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AND 미팅을 통해서는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의 실질적인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며, 2회에 걸친 D-Night에서는 아시아다큐멘터리 영화인들의 격의없는 교류 행사의 장을 열 생각이다. 특히 편집 마스터클래스와 편집 클리닉은 아시아다큐멘터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예정.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선정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문제점이 편집이었다. 뛰어난 소재와 공들인 촬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적인 편집 노하우가 절실한 때다”라며 편집 관련 행사에 중점을 둔 이유를 설명했다.
편집 마스터 클래스는 2회에 걸쳐 진행되는데, 편집 철학에 대한 강의를 다양한 다큐멘터리 자료 화면들로 진행한다. 강사인 대만의 쳉포웬은 1989년부터 전문 편집감독으로 활동하면서 200여편의 장편영화 편집 경험이 있으며, 1999년부터는 다큐멘터리 편집을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이다. 마스터클래스는 일반 관객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13일과 14일에 열린다. 편집 클리닉에서는 완성 단계에 있는 다큐멘터리들에 대해 두명의 강사가 기존 편집방식보다 효과적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 클리닉은 15일 한국과 아시아 조로 나누어 진행되며, 편집 마스터클래스의 강사인 첸포웬과 중국의 편집감독 린슈동이 강사로 참여한다. 참여인원은 한국 4명, 아시아 지역 6명으로 총 10명이다.
이제 첫발을 내딛는 행사지만,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는 아시아의 다큐멘터리 진흥을 위한 여러 포석을 깔고 있다. 아시아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아시아 각국의 상호협조와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제작비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AND 펀드 지원작들이 완성되면 AND 컬렉션을 제작해 해외 영화제들에서 상영하고 외국 방송을 통한 방영을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올 AND를 시작으로 아시아다큐멘터리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한·중·일·영어 자막 지원사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다큐멘터리 영화인들의 교류가 활성화되어 합작 프로젝트들도 왕성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