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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 전문 브랜드 ‘짠’ 어떻게 태어났나
김수경 2006-09-20

짠~ 한국 액션영화 이름표를 달다

액션영화 전문 브랜드 ‘짠’이 나타났다. 올 초 사석에서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는 나비픽처스 김성수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액션영화는 무조건 돈을 많이 들여 만들어야 하는가?” 김성수 감독은 “액션영화에 따라 다르다. 우리가 아는 좋은 액션영화 중에도 적은 돈으로 찍은 작품도 많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가이 리치, 로버트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의 초기작을 떠올렸다. 김 대표는 “그렇다면 젊은 감독에게 기회를 주고 신인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고민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고 김 감독은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정두홍 무술감독이었다. 세 사람이 모이자 저예산 액션영화 프로젝트는 서서히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CJ 김주성 대표-김성수 감독-정두홍 무술감독이 뭉쳤다

8개월 뒤, CJ가 투자·배급하고 나비픽처스, 서울액션스쿨이 함께 제작하는 ‘짠’이 짠하고 탄생했다. 김성수 감독은 “프로덕션하우스의 명칭이기 때문에 글자도 중요하지만 사운드와 느낌이 특별해야 한다. 어린 시절 극장에서 골든 하베스트의 로고와 사운드를 보면 언제나 어떤 활극이 나를 즐겁게 할까라는 기대로 마음이 설렜다. ‘짠’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표현하면, 영화에서 인물이 짠하고 나타나는 느낌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우리말이고 의태어인 점도 마음에 든다”고 명칭의 배경을 설명했다. ‘짠’은 편당 10억원 예산으로 다섯편의 액션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 다섯편에는 모두 새로운 감독을 기용한다. 영입대상에 신인과 기성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현재 정두홍 무술감독의 연출이 확정됐고, 선발이 유력한 후보 두명은 모두 신인감독이다. 나머지 두명은 세 회사가 10월8일까지 공모를 통해 선발할 방침. 나비픽처스 하경림 기획실장은 “첫 번째 영화는 내년 1월에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을 시작으로 내후년까지 다섯편의 액션영화가 제작되고 CJ의 배급을 통해 극장에 상영된다. ‘짠’의 프로덕션은 나비픽처스와 서울액션스쿨이 주로 맡지만, CJ도 다른 투자·배급작과는 달리 아이템 개발이나 인력 심사에 깊이 관여하며 기획단계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액션스쿨도 단순히 스턴트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연출, 제작 분야에도 폭넓게 참여해서 실질적인 공동제작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김성수 감독은 “세 회사의 검증된 충무로 프로페셔널들이 책임을 지는 구조이고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스탭은 신진들로 채워진다. ‘짠’은 이런 방식의 산업적 연대가 가능한지에 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다섯편 모두 새로운 감독 기용, 2명은 공모 통해 선발

‘짠’의 촬영포맷에는 단 하나의 제한만 존재한다. 그것은 “35mm로는 찍지 않는다”는 것. 김성수 감독은 “35mm카메라는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쟁영화를 찍으면서 주연배우에게는 M60을, 단역배우에게는 낡은 소총을 쥐어주면 두 사람의 태도와 범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카메라는 연출자의 총이다. 무기에 따라 전법이 달라진다. 35mm는 비용과 회차의 상승을 가져와서 이 프로젝트에 적합치 않고 관습적으로 촬영할 위험도 있다. HD, 비디오캠도 좋고 꼭 필름을 원한다면 슈퍼16mm를 사용하면 된다. 그 상황에서 감독이나 촬영감독은 현장에서 활동이 용이해지고 일곱컷을 촬영할 분량을 열컷까지 찍을 수 있다. 상상력이 자유로워지는 면이 제일 크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액션영화는 카메라 한대로 촬영 전체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짠’ 프로젝트의 영화들은 상시 두대 정도를 운용할 방침이다.

국내 최초 액션영화 전문 브랜드 ‘짠’의 목표는 신인감독의 발굴이다. 그것도 다른 장르보다 보통 예산의 두배가 소요되는 액션영화의 신인을 길러내는 일이다. 김성수 감독은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와도 좋다. 그에게 부족한 점은 정두홍 감독과 내가 메워줄 수 있다. 사실 전세계 어디서도 액션영화는 신인에게 맡기지 않는다. 멜로나 코미디물은 아마추어가 만들어도 연출력만 있다면 좋은 영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액션영화는 관객이 관습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장르 액션영화로 인정조차 못 받는다. 기술적 테크닉을 비롯해 다른 장르에는 없는 전문가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한국 액션영화에도 젊은 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국내외 상관없이 무술감독들도 나이가 들면 감각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건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험이나 기술은 쌓여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공조하면서 나도 배우는 게 많다. 그런 것들을 더욱 구체화하는 일이 ‘짠’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짠’의 또 다른 목적은 액션 전문배우의 양성이다. 서울액션스쿨과 나비픽처스, 나무액터스는 이미 이러한 액션배우 양성을 위해 분업화를 약속한 상황. 액션배우의 교육과 기술 습득은 서울액션스쿨, 배우적 기량과 매니지먼트는 나무액터스, 프로덕션은 나비픽처스가 감당하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안정적인 작품 출연이라는 기반이 없다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젊은 감독과 스탭들이 만드는 ‘짠’은 이러한 전문적인 액션배우 양성을 위한 바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액션영화의 신인감독·전문배우 양성 목표

공포영화에 집중됐던 여타 저예산 연작 프로젝트와 ‘짠’은 성격이 다르다. 저예산 연작들이 대부분 배우와 스탭을 공유하고, 스토리를 연작형으로 만들어 기획과 제작의 편이성을 높이는 방식을 ‘짠’은 출발점에서 거절했다. 김성수 감독은 “남들이 이미 만든 액션영화나 트렌드만 따라가는 영화는 만들지 않는다. 그걸 따라하는 게 시장에서 제일 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짠’은 독특하다는 느낌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처럼 기존 장르영화의 문법을 깨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공모도 마찬가지다. 기성에서 가장 가까운 감독을 뽑으면 성공확률이 높을 것이다. 류승완틱하거나 강제규틱한 느낌을 주는 신인을 뽑으면 적응은 빠르겠지만 ‘짠’은 전혀 새로운 아이들을 뽑기 때문에 시간도 더 걸리고 실패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내놓을 감독을 찾는 일이다. 그러한 시도가 새로운 액션영화의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짝패>를 상영했던 베니스영화제에서 ‘짠’의 가능성을 느꼈다. 국내에서 쉽게 폄하되는 한국 액션과 액션영화가 외부에서는 오히려 객관적으로 다른 아시아영화와 구별되고 적절한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 액션의 잠재력을 일정한 흐름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장기적인 시도가 ‘짠’이다. 김성수 감독과 내가 늙은 뒤에도 ‘짠’이 브랜드로 남아서 다른 이들이 이어간다면 그 영향력은 막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수 감독은 “현재 이런 식으로 무모하게 신인에게 베팅하며 한국 액션영화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짠’이 성공해서 덩치가 커져도, 지금처럼 신인을 뽑는 방식의 원형은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어쨌든 새로움으로 가득한 미지의 감독들에게 베팅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국내 최초의 액션 전문 브랜드 ‘짠’은 이제 첫 번째 발차기를 날렸다.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

“모든 기획과 제작을 10억원에 맞춰 특화할 거다”

‘짠’ 프로젝트의 창안자는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다. 그는 “저예산 호러영화 <어느날 갑자기>의 성공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짠’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액션물이 호러물처럼 마찬가지로 해외시장에서 쉽게 통용되는 장르라는 점을 고려했다. 한국적 액션영화로 해외시장을 노크한다는 구상도 있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한다. 최근에 본 가장 인상깊은 액션영화를 묻자, “이번 ‘짠’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정두홍 무술감독이 주연한 <짝패>”라고 대답했다.

김 대표는 개별 작품당 10억원으로 책정된 ‘짠’의 예산에 대해 “어떤 영화를 10억원 범위 내에서 제작하라고 요구하는 방식과 아예 처음부터 10억원의 제작비에 맞춰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접근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저예산으로 큰 흥행성적을 낸 <달콤, 살벌한 연인>이 후자의 경우”라고 설명했다. ‘짠’ 프로젝트는 모든 기획과 제작을 10억원에 맞춰 특화할 계획이다. ‘짠’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목표를 묻자, “해외 비디오·DVD 가게에 한국액션 영화 라벨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다. 한때 홍콩영화가 미국 비디오 가게의 한 코너를 장식했듯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저예산 장편 연작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역량있는 신인감독을 발굴하는 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큰 장점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주성 대표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신인발굴 프로젝트의 얼개가 잡혀 있다. 신인감독 발굴은 물론 새로운 제작시스템 실험에도 공들일 계획”이라고 말해 후속 프로젝트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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