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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완벽한 결말을 만나는 기쁨

김기영의 <하녀>를 잊지 못하는 이유

<하녀>

완벽하게 끝나는 영화보다 더 큰 영화적 스릴을 주는 게 과연 있을까? 영화는 모름지기 다이아몬드나 다른 보석과도 같아서, 원석의 질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빛나게 할지 결정하는 세공 기술이 더 결정적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세공은 마지막 부분에 온다. 드물긴 하지만 영화가 정말 딱 맞게 끝나면 관객은 극장 밖으로 나올 때 머리가 어찔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제일 좋은 결말은 고통스러운 결말이다. 먼저 영화가 끝났다는 실망의 충격이 있다. 그리고 재빨리 지나가버린 것을 갈망하는 느낌이 뒤따르고, 관객은 돌아가서 그것을 다시 보고 싶어하게 된다. 더 많은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그런 결말은 일종의 놀라움으로 다가오지만, 생각해보면 영화는 말해야 할 것을 이미 다 말했다. 일본영화 <나나>는 아마도 그런 본보기가 될 것이다. 영화는 흥미롭고, 잘 만들어졌지만, 극히 잘 만들어졌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완벽하게 자리에 맞게 들어간 결말은 그 영화를 전체적으로 훨씬 더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나나>가 지난해 전 아시아적으로 박스오피스 히트를 한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라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완벽한 결말을 위해 감독은 필수적인 것만을 보여주고 칼을 내리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반대는 모든 서브플롯을 깔끔하게 해결하려고 하면서 여분의 감정적 인상을 하나 또는 둘까지 더하려는 영화일 것이다. 이런 작품은 관객이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박수를 치기 때문에 영화제에서 딱 알아볼 수 있다. 그런 영화가 결말에 다가가서 화면이 점차 검은색으로 페이드 아웃하면 관객은 영화가 끝난 줄 알고 박수치기 시작하지만, 영화는 또 다른 장면으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색하게 관객은 박수치는 것을 멈춘다. 그러고 나면 다음 장면의 끝에서 주저주저하는 박수들이 나오게 되고…. ‘이번엔 정말 끝난 것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영화들에는 특히 이런 수차례의 박수가 종종 나오는 듯하다. 이런 영화들의 마지막 장면은 논리적으로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내러티브가 정서적으로 한방 먹이는 힘은 앗아간다.

완벽한 결말 때문에 두드러지는 몇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더할 나위 없는 성취를 이뤄낸 작품은 김기영의 <하녀>일 것이다. 아마 한국영화에서 다시는 그 경지에 못 미칠 것 같은 결말이다. 상당히 억제된 분위기로 시작한 영화는 점차 더 영감을 띠고 극악무도해지는데, 감독은 가장 뜻밖의 기습을 아껴뒀다가 끝에 가서야 푼다.

좀더 최근에는 <살인의 추억>과 <공동경비구역 JSA>가 전체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며 생각하게 할 만한 기억에 남는 이미지로 끝을 맺었다. 이런 식으로 감화의 폭발과 함께 영화를 끝내는 것은 많은 시나리오작가들의 이상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웰컴 투 동막골>이나 <데이지>는 영화에서 이전의 사건을 떠올리게 할 만한 장면들로 결말을 맺음으로써 “JSA스러운 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렇지만 평범한 결말도 감독이 어디에서 컷을 해야 할지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 기억에 남을 만한 감동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송일곤의 <마법사들>과 <>의 마지막 장면들은 특별히 놀랍거나 예기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춰 끝나는 것들이다. 마치 영화의 모든 감정들이 짧은 하나의 마지막 순간에 집중되는 듯했다. 그러나 요즘 한국영화의 경향은 더 길고 느슨하게 구성된 영화들을 지향하는 듯하다. 대부분의 한국영화의 마지막 순간은 필수불가결한 장면이 거의 없다. 대개는 정말로 쉽게 잘려나갈 수도 있었을 만한 불필요한 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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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