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에서 이주해온 흑인 경찰 Z는 자전거를 타고 시애틀 지역을 순찰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건과 사고를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가정 폭력, 주거 침입, 매춘, 익사, 마약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상상할 초월할 만큼 다양하고 엽기적이다. 마트에서 생고기를 뜯어먹는 남자, 남의 집에 들어와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 아내를 의심하여 방탄조끼로 무장한 남편 등 Z가 마주치는 절망적인 모습은 실제 사건들에 기초한 것이다. 로빈슨 디버 감독은 찰스 무데데가 <스트레인저> 지역범죄 칼럼난에 기고한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무데데와 함께 공동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한 뒤 <폴리스 비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경찰이 주인공인 전형적인 범죄물이 절대 아니다.
영화는 Z의 공적인 일상과 내면의 독백, 환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Z가 매일 보고 겪는 처참한 일들은 분절된 이미지로 처리되고, 범죄 현장에서조차 Z는 끝없이 정체성을 고민하고 다른 남자와 캠핑을 떠난 백인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한다. Z가 사용하는 두개의 언어, 영어와 세네갈어는 Z의 외면과 내면을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이질적인 요소를 상징한다. 백인 남자가 대통령인 부시를 죽이겠다고 소리치고,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Z는 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로서 그 남자를 제지하고 경고하는 장면은, 미국사회가 처한 그리고 Z란 존재가 안고 있는 모순과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Z의 ‘새 조국’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부재 중이고 소통은 일방으로만 이루어지는 비정한 곳이다. Z는 여행 중인 레이첼에게 틈만 나면 전화를 걸고 수신함을 확인하지만 한번도 통화에 성공하진 못한다. 일정이 연기되었다는 레이첼의 일방적인 전언만이 Z에게 도착하고, 레이첼과 다른 남자가 함께 있는 환영은 Z를 괴롭힌다. 현실과 내레이션, 환영이 절묘하게 혼합된 <폴리스 비트>는 2005년 토리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고,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되었다.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과 에이펙스 트윈의 음악이 병치된 이질적 이미지들을 연결하고 접합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Z의 모습과 거기에 깔리는 세네갈어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는 몽환적인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