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르의 주인공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쓸 때, 그것은 세계를 조직해온 것들에 대해 고뇌를 던진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스스로 출연한 작품들을 포함하여 지난 많은 고다르 영화에서 주인공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투쟁과 혁명에 대한 영화적 실천이 혹은 그 반대편에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한 지적 야유가 마침내 끝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때에, 고다르는 <만사형통>과 <열정> 같은 유물론적 영화 만들기의 이야기를 써냈다. 그러나 노년에 들수록 고다르는 선전적인 표현을 뒤로 하고, 예술의 기원과 역사의 되돌아옴과 그것들을 잇는 기억의 집합을 영화적으로 배열하는 것에 힘쓴다. <사랑의 찬가>는 그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게 완성된 작품 중 하나다.
영화감독 에드가(브루노 퍼즐루)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는 “만남, 육체적 열정, 이별, 화해”라는 “사랑의 네 순간 중 어느 하나에 관한 것”이며 노년, 중년, 청년이라는 세 시기의 커플이 등장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에드가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상투적 사랑이 아니다. 에드가는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게 역사의 한순간에 관한 이야기란 거 이해하죠? 이건 일종의 사회학적 연구예요.” 그건 실제로 <사랑의 찬가>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에드가는 여주인공 역을 맡기기 위해 한 여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와 만났던 2년 전 기억을 그는 잊고 있다. 다시 시간이 흘러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흑백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2년 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컬러판 과거를 데려온다. 현재보다 늦은 과거, 현재보다 빛나는 과거가 나머지 3분의 1을 채운다.
노년의 고다르가 추구하고 있는 영화적 그 무엇은 인류가 거쳐온 거시적 사건의 역사와 개인들의 미시적 삶의 역사가 예술의 역사를 통해, 영화의 역사를 통해 기적처럼 만나게 하는 것이다. 영화가 이를 수 있는 어떤 최선의 정치적이며 예술적인 상태를 위해 고다르는 그것들을 배열하고 또 배열한다. <사랑의 찬가>에는 그 모든 역사(들)의 합창이 고스란히 울려퍼진다. 고다르는 그 역사(들)의 합창에 대해 단지 <사랑의 찬가>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