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충무로에서 현장 스탭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신태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 <브레인웨이브>는 SF스릴러다. 어느 날부터 환청이 들리기 시작하고 ‘나는 누구인가?’ 고민하게 되는 길거리 초상화가 준오(김도윤)는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받고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를 뒤쫓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화롭고 안정돼 보이는 이 세계에 알고 보면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기본 설정은 <X파일>에서 매회 반복된 익숙한 것이다. 뇌활동 조절 연구소 바콜은 인간의 초능력에 대한 비밀 실험을 하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신인류의 창조이다. 그러나 SF영화에서 늘 그렇듯 과학은 인간의 소망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실험에 관련된 연구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지워진 기억, 인간을 통제하는 거대한 조직 등 영화의 줄거리는 낯익다.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는 음모론이 줄기차게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까닭은, 합리적인 사고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그런 해답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줄거리 밖에 있는지도 모른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들면서 SF 장르를 선택한 감독의 용기가 놀랍고 제작, 각본, 편집, 녹음까지 일인다역을 해낸 신태라 감독의 연출력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재치있는 편집으로 단순한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든지 유명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들은 슬며시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전혀 거북하지 않다.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어디론가 끌려가 실험을 당했고 그 뒤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적힌 전단지는 8년 전 감독이 실제로 서울역 앞에서 받은 적 있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감독은 오랫동안 자료를 모아 드디어 영화를 완성했다. <브레인웨이브>는 현 단계 한국 독립영화의 힘과 장르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이다. 단, 10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와 제작비 2천만원의 독립영화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