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대가는 크다. 파리는 샹젤리제에 어울리지 않는 유색의 이방인들을 시내에서 몰아냄으로써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지켜왔고, 교외는 아랍인 이민자 계층이 살아가는 처절한 게토로 썩어왔다. 그래서 격리된 <증오>의 교외 소년들은 “21세기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을 삶의 목표라 했고, 교외의 21세기 소년들은 울분을 참지 못해 자동차를 불태우며 항거했다. <13구역>에 등장하는 미래의 파리는 숫제 교외와 시내 사이에 높은 벽을 쌓아버렸다. 정부도 손을 쓸 수 없어서 높은 벽으로 막아놓은 교외 13구역. 그곳을 정화하려는 꿈을 지닌 레이토(데이빗 벨)는 13구역의 독재자 타하(비비 나세리)가 거래하는 마약을 훔친다. 타하 일당은 레이토를 붙잡기 위해 여동생인 로라(대니 베리시모)를 납치하고, 레이토는 부패한 경찰서장에 의해 오히려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로부터 6개월 뒤, 핵미사일을 호송 중이던 군용 트럭이 타하 일당한테 탈취당한다. 국방부는 특수경찰 다미앙(시릴 라파엘리)에게 레이토와 함께 13구역으로 잠입해 핵미사일을 해체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미사일을 해체할 시간은 단 60분. 하지만 국방부의 임무에는 또 다른 꿍꿍이가 숨어 있었다.
<13구역>은 뤽 베송이 그간 제작해온 액션영화들(<트랜스포터>(2002), <키스 오브 드래곤>(2001), <야마카시>(2000))처럼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는 ‘몸의 액션’만으로 승부를 건다. <야마카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건물을 놀이터로 삼는 익스트림 스포츠 ‘피쿠르’의 창시자 다비르 벨과 무술감독 출신 시릴 라파엘리가 펼치는 액션의 유희는 오랜 홍콩영화들이 분출하던 날것 그대로의 시각적 쾌감을 극적으로 재현한다. 재미있는 것은 <13구역>이 단순한 육체의 향연, 그 이상의 정치적 발언이라는 사실이다. 백인 경찰과 아랍계 남자는 13구역을 황폐화시키는 마약왕과 13구역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리려는 정부의 음모에 맞서 싸우기 위해 손을 잡는다. 결국 “사회의 기생충”들을 쓸어버리려는 정부의 뒤통수를 친 다미앙과 레이토는 거대한 장벽 아래서 작별 인사를 건네며 “장벽이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라 믿는다. 이를테면 <13구역>은 영화의 주요 소급 대상인 프랑스의 10대들에게 ‘톨레랑스’(관용)를 가르치려는 제작자 뤽 베송의 계몽영화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얄팍한 알레고리를 위해 희생당한 이야기를 감내하며 액션만을 즐기는 데도 약간의 톨레랑스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