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앞에서 울던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왕자님을 만난 건 마술지팡이 덕이었다. 공포영화 <신데렐라>는 자본주의의 마술지팡이로 성형수술을 제시한다. 자정이 넘으면 마차가 호박으로 돌아오고, 말들이 생쥐로 변하는 동화 속의 철칙처럼 <신데렐라>는 성형수술로 얼굴이 예뻐진 대가로 소녀들에게 목숨을 요구한다. 방학이 끝난 뒤 변화된 외모를 뽐내던 수경(유다인)은 자신의 얼굴을 도려낸 채 죽어간다. 재희(안아영)와 혜원(전소민)은 넋이 나가 조각칼로 서로의 얼굴을 그어댄다. 셋 다 자신의 얼굴이 이상해졌다는 환상에 시달렸다. 죽은 세 사람의 친구였던 현수(신세경)는 그들을 집도했던 엄마 윤희(도지원)를 의심한다. 현수는 별거 중인 아버지와 만나고 엄마가 출입을 금지한 지하실에 들어서며 이 사건의 정체를 알게 된다.
<신데렐라>는 장르적으로 호러와 스릴러의 중간쯤에 놓인다. 원혼이 사람을 해친다는 측면에서는 귀신영화지만, 소녀들의 연이은 자살을 성형수술의 남용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해석하면 심리스릴러로도 읽을 수 있다. 현수 집에 나타나는 귀신은 실존하는 느낌이 강하고, 다른 아이들을 겁에 질리도록 하는 귀신은 환영처럼 보인다. 반면 <요람을 흔드는 손>의 페이턴(레베카 드 모네이)을 연상시키는 윤희의 캐릭터는 스릴러를 떠올리게 한다.
<신데렐라>는 에로비디오로 시작해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동상이몽> 등에서 에로틱한 영상을 보여줬던 봉만대 감독이 처음 도전한 공포영화다. 에로비디오에서도 드라마와 캐릭터를 중시했던 봉 감독이 만든 <신데렐라>는 올해 개봉된 다른 공포영화들에 비해 차분히 이야기를 전개한다. 밝은 가정집, 어두운 지하실, 빛과 어둠을 오가는 병원을 윤희의 집이라는 한 공간에 배치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공간 활용은 흥미롭다. 특히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고 현수가 지하실을 헤매는 장면은 공간감을 잘 살려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피가 튀는 장면이나 신체를 절단하는 스펙터클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하실에 갇혔던 현수가 윤희와 마주치며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결말에서 <신데렐라>는 적절히 유지되던 이야기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감정적으로 격하게 전개된다.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점들을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효과적인 반전은 역시 치밀한 이야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