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축구보다 더 영화친화적이라고 말하는 건 위험한 판단일 수도 있다. 왜냐. 통계도 없고 연구결과도 없으니까. 그러나 야구는 축구보다 더 영화친화적이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 이따금 영화배우들이 친선 야구시합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연예인 축구대회보다 중계 빈도가 훨씬 높다. 영화인들은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김현석 감독처럼 줄기차게 야구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예외지만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각본), <YMCA 야구단>(사진), 광주항쟁 기간에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러 내려간 연·고대 스카우터들의 이야기인 차기작 <스카우트>까지 줄기차게 야구영화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 충무로에서 나온 축구영화는 고작해야 <보리울의 여름> 정도지만 야구영화는 <외인구단>부터 <아는 여자>, <슈퍼스타 감사용>까지 잊을 만하면 만들어지고 있다. 시속 120km를 던지는 장동건이나 왼손 사이드암 투수인 황정민 등 스타들은 동료 배우들과 만나 시합을 하고, 장진 감독 같은 이는 촬영장에서 짬날 때마다 야구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감우성처럼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투수이자 타자인지 얘기할 때 상대방이 얼마나 지루해하는지 관심없는 충무로 인사들이 많다. 도대체 왜 축구보다 야구인가.
첫째는 할리우드 강세설이다. 미국 프로야구가 대중화된 이후 많은 야구영화가 쏟아졌다. 할리우드의 위력이 날로 커지면서 할리우드의 친야구 취향이 따라서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거다. 둘째는 프로야구가 프로축구보다 한 단계 더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설. 실력뿐 아니라 인프라, 관객층의 두께도 그렇다. 적어도 프로야구에선 얼마 전 제주 유나이티드 축구팀처럼 상대팀이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몰수패를 주는 동네스포츠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건 부차적 요인. 대본 읽기가 직업인 이들이 ‘수읽기’라는 심리적 스포츠인 야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설, 축구하다가 다쳐서 촬영 못하면 ‘저만 손해’설, ‘원래 있는 놈 자식들’인 영화계 인사들이 많은 장비가 필요한 야구에 더 적합하다는 설이 힘을 받는다. 축구는 월드컵 스위스-한국전에서 최진철-센데로스, 지단-마테라치처럼 극심한 신체 접촉으로 말미암은 부상 가능성이 높지만 야구는 그에 비하면 운동량이 더 적고, 유니폼과 선글라스로 노출을 줄일 수 있어 좋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