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큼 순수하면서 그만큼 교활한 것도 없다. 사랑처럼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그만큼 여러 가지 조건들을 세밀하게 따지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한 사람의 실존을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하게 몰입해야 하고, 동시에 적절한 대상을 선별해서 빠져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 ‘교환’ 혹은 ‘흥정’과 같은 경제적인 용어들과 가장 멀리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타인의 사랑을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이구동성으로 경제적 조건, 훌륭한 집안, 지적 능력이 사랑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육체적 매력에 끌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베르트랑 블리에의 새 영화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는 이런 사랑을 둘러싼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범한 직장인 프랑수아(베르나르 캄팡)는 바에서 창녀인 다니엘라(모니카 벨루치)를 만난다. 복권에 당첨된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달라는 프랑수아의 제안을 다니엘라가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꿈같은 사랑이 시작된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프랑수아에게 지나치게 육감적인 다니엘라는 ‘핵폭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의사이자 절친한 친구인 앙드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프랑수아는 다니엘라에게 깊이 빠져들고, 그녀로 인해 그의 삶은 충만해진다. 그러나 8일 뒤 갑자기 그녀는 무지막지한 자신의 남자친구 샤를리(제라르 드파르디외)에게 돌아가버리고, 망연자실한 프랑수아에게 샤를리는 복권 당첨금 전액을 주면 다니엘라에게 자유를 주겠다며 선택을 강요한다.
이 영화는 블리에 감독이 모니카 벨루치라는 배우에게 헌정한 작품이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의 풍만한 육체와 흠잡을 데 없는 마스크가 화면을 가득 메우면 관객은 영화 속의 남성들과 한마음이 되어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다. 그녀의 육체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자질구레한 과정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게 만들고, 남성들의 맹목적인 열정에 대한 이유가 된다. 감독은 연애의 과정을 최소한으로 압축하면서 사랑에 대한 다소 난해하고 피상적인 질문들로 화면을 채운다. 때때로 배우들은 부조리극의 인물같이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놓으며, 갑작스럽게 흘러나오는 아리아 선율과 과다노출된 화면은 비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모든 질문들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