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빠짐없이 슈퍼히어로들이 할리우드를 장악했다. 최후의 전쟁을 치른 울버린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기약을 남기고 떠났고, 철의 사나이 슈퍼맨은 새 옷을 입고 돌아왔으며, 새로운 히어로 고스트 라이더는 가는 여름을 마지막으로 사뿐히 즈려밟을 예정이다. 이제 할리우드는 아메리칸 코믹스를 판매하는 거대한 가판대를 연상케 할 지경이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들의 고향인 아메리칸 코믹스의 세계는 여전히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의 양강이 이끄는 코믹스의 현재는 기껏해야 일년에 서너번의 스크린 나들이로만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코믹스의 세계는 거대하고 흥미로운 현대 미국 대중문화의 진앙지다. 현대 코믹스 작가들은 할리우드보다 앞서 슈퍼히어로의 진화를 완성해냈고, 이제는 할리우드보다 앞선 차원으로 새로운 진화를 실험하고 있다. 아메리칸 코믹스의 세계로 입문하기 위한 몇 가지 코드를 짚어보고,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는 낯선 슈퍼히어로들의 면모를 살펴보았다.
1992년 DC 코믹스가 슈퍼맨의 죽음을 선언했다. 슈퍼맨이 강적 둠스데이와 격전을 벌이다가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잃은 것이다. 강철인간의 죽음을 다룬 단행본은 500만부 가까이 판매되었고, 팬들은 저마다 슈퍼맨의 장례식을 치르며 무덤에 꽃을 바쳤다. 물론 약아빠진 DC는 또다시 슈퍼맨을 부활시켰고, 슈퍼맨의 죽음을 다룬 단행본을 마구잡이로 사서 비싼값에 팔아먹으려던 일부 팬들의 시도는 좌절되었다. 이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슈퍼맨이라는 존재가 2차원의 코믹스 세계에서 살아가는 문화적 존재를 뛰어넘어 미국인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일종의 신화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슈퍼맨은 북미 대륙을 건너는 순간 크립토나이트 없이도 추락하고 만다. 전세계 관객은 스크린으로 슈퍼히어로의 진화를 지켜보며 열광하고, 북미의 코믹스 시장은 <엑스맨>과 <스파이더 맨>의 거대한 흥행성적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성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북미에 발을 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코믹스는 일종의 신기루다. 말풍선마다 빽빽하게 들어찬 영어를 극복하더라도, 해마다 쏟아져나오는 코믹스들 중 어떤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길이 막막하다. 그저 좋아하는 슈퍼히어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격주로 발간되는 시리즈를 꼬박꼬박 챙겨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시리즈물 대신 단행본 형태의 그래픽 노블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과 코믹의 차이,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의 차이는 어떤 식으로 구분해야 하는 것일까. 아메리칸 코믹스의 세상으로 입문하기 위해서는 먼저 간단한 소사를 눈여겨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아래 연표 참조).
프롤로그. 1934년, 코믹스의 역사가 시작되다
1934년에 <벅 로저스>가 수록된 <페이머스 퍼니스>와 DC 코믹스의 전신이 된 National Allied Publishing의 <뉴 펀>이 발간되면서 마침내 코믹스의 역사가 시작된다. 코믹스의 황금시대(Golden Age)라고 불리는 30년대와 40년대를 거치면서 코믹스계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을 비롯한 수많은 고전적 히어로들을 탄생시켰다. 코믹스의 형식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한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연속 활극이었고, 무한한 창작의 자유가 주어지는 매체의 특성에 따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2차대전이 종결되자 코믹스는 곧 하향기에 접어든다. 사람들은 단순한 초인에게 더이상 매료되지 않았다. 전쟁과 원자력의 시대를 겪고 냉전으로 빠져든 미국인들에게 고전적 히어로들이 난무하는 코믹스는 그저 좋았던 옛 시절의 향수와도 같았다. 60년대 들어서면서 황금시대에 버금가는 은시대(Silver Age)가 시작되었다. 스탠 리라는 천재가 <엑스맨> <스파이더 맨> 등 현대적인 슈퍼히어로들을 탄생시켰고, 스탠 리를 선두에 내세운 마블 코믹스는 DC 코믹스에 대항해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80년대 들어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를 위시한 새로운 작가들이 그래픽 노블의 시대를 열어젖히면서 아메리칸 코믹스는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Lesson 1. 코믹과 그래픽 노블은 어떻게 다른가
그래픽 노블의 시대가 시작되면서부터 코믹스는 코믹과 그래픽 노블의 두 가지 형태를 띠게 되었다. 코믹은 주로 30페이지 정도의 격주간 소책자로 먼저 출간된 뒤 합본 과정을 거쳐서 단행본화되며, 내용은 30페이지 안에서 끝날 수 있는 간결한 영웅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해 두터운 서적의 형태로 출간되는 그래픽 노블은 작은 에피소드의 모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종결된 세계를 다루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는 삽화가 들어간 소설이라는 의미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단어다. 하지만 78년작 <A Contract with God, and Other Tenement Stories>의 저자 윌 아이스너가 성인 취향의 저서와 보통의 코믹을 구분하기 위해 책의 표지에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부터 그래픽 노블은 일반적인 코믹스와 구분되는 진중한 코믹스를 일컫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코믹스는 멜로디이며, 그래픽 노블은 교향곡”이라는 아이스너의 표현처럼,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인 소년 취향의 코믹스와 선을 긋는 새로운 형태의 코믹스를 탄생시켰다. 코믹스 작가들이 좀더 확장되고 심층적인 주제의식을 담을 수 있는 깊은 그릇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픽 노블의 등장은 60년대 중반 미국의 정치·사회적 상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60년대 들어서면서 로버트 크럼과 같은 언더그라운드 만화가들이 등장했고, 섹스와 범죄와 정치적 이야기에 힘을 싣는 코믹스들이 젊은 층의 열광을 얻어냈다. 베트남전과 인권운동으로 격렬하게 불타오르던 60년대의 미국 젊은이들은 슈퍼맨과 원더우먼을 더이상 바라지 않았다. 그 결과 1986년 히어로물의 파괴를 선언한 히어로물인 앨런 무어의 <와치멘>과 프랭크 밀러의 음울하고 가학적인 배트맨 <흑기사 귀환하다>, 복잡다단한 판타지 세계를 창조한 닐 가이먼의 <샌드맨> 등 기념비적인 그래픽 노블이 등장하면서부터 코믹스계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다. 동시에 그래픽 노블은 북미 대륙에 머물러 있던 코믹스 시장을 국제적인 성인 독자들에게로 확장시키는 도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Lesson 2.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특색은 무엇인가
북미 코믹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은 두개의 회사인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DC는 슈퍼맨과 배트맨을, 마블은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아이콘으로 삼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두 회사가 슈퍼히어로물을 중심으로 각자의 세계를 완성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코믹스를 처음으로 산업화한 것은 40년대 코믹스의 황금기를 일구어낸 DC였다. 마블은 60년대 <스파이더 맨>과 <엑스맨>을 내놓으면서야 비로소 DC와 코믹스 산업을 양분하는 주자로 떠올랐다. DC는 코믹스의 선구자였고, 마블은 코믹스계의 신선한 도전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마블이 DC보다 좀더 진보적인 히어로상을 내놓는 회사라는 선입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초인들로 먹고살았던 DC에 반해 마블은 전후 미국사회의 변화를 흡수하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전운동과 베트남전, 인권운동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런 사회적 변동 속에서 스스로의 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다소 선병질적인 히어로를 내세운 마블의 히어로들(<엑스맨> <스파이더 맨> <판타스픽4>)은 DC의 전통적 히어로들에 비해 좀더 현실적인 냄새를 풍겼고, 젊은 독자들은 DC를 버리고 마블의 히어로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낙관적인 미국의 영웅을 바라는 기성세대를 버리고 재빨리 젊은 세대의 문화적 진화를 감지해낸 마블의 승리였다.
하지만 마블과 DC의 경계선은 이미 희미하게 지워진 상태다. DC의 변화는 <데어데블>이라는 과격한 히어로를 창조한 프랭크 밀러를 영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프랭크 밀러는 1986년에 <흑기사 귀환하다>를 내놓으며 DC의 구식 아이콘 배트맨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재탄생시켰다. 스탠 리가 창조한 마블의 히어로들이 인간적인 면모를 발산하며 새로운 독자를 낳았다면, DC는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 같은 새로운 세대를 영입해 자사의 전통적 히어로들을 음울하고 상처받은 철학적 존재로 다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마블의 <데어데블>과 <스파이더 맨>이 주인공의 여자친구들을 과감하게 처단하는 데 그친다면, DC는 (<슈퍼맨>의 죽음에서도 보이듯이) 주요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아예 죽여버리거나 렉스 루더 같은 악역을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고 코믹스의 세계를 학살과 전쟁광의 도가니로 밀어넣기도 한다. 이제 흔히 말하는 ‘DC Universe’와 ‘Marvel World’의 진보를 따지는 것은 거의 무의미한 일이 된 것이다.
Lesson 3. 어떤 작가의 세계를 따를 것인가
그래픽 노블과 코믹, DC와 마블의 사이에서도 아메리칸 코믹스로의 입문이 헷갈린다면, 그때는 작가의 이름을 따르는 방법이 현명하다. 특히 새로운 코믹스의 시대를 열어젖힌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프랭크 밀러는 <데어데블>과 지금처럼 고통받는 돌연변이로서의 이미지를 확립한 <엑스맨>의 스핀오프 시리즈를 내놓았던 마블 재직 시절부터 빛을 발한 신예였다. 물론 밀러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계기는 1986년에 DC로 옮긴 뒤 만들어낸 <흑기사 귀환하다>부터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영화 <배트맨 리턴즈>의 토대가 된 <배트맨: 영년>과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공동으로 감독한 동명영화의 원작 <씬 시티> <엘렉트라> 등이 있다. 아예 슈퍼히어로물의 근본적인 규칙 자체를 와해시킨 <와치멘>을 통해 그래픽 노블이라는 개념을 코믹스에 완벽하게 이식한 앨런 무어는 지난 20여년간 코믹스계뿐만이 아닌 미국 문화계에 막대한 공헌을 끼친 인물이다. 괴짜로 알려져 있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영화화된 <젠틀맨 리그> <프롬 헬> <브이 포 벤데타> 같은 작품들이 있다.
영국 출신의 작가 닐 가이먼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샌드맨>을 부활시켜 판타지와 호러, 뉴에이지적인 철학을 몽환적으로 삽입하는 곡예를 벌였다. 매 단행본이 10만부 이상씩 팔려나간 <샌드맨>은 그래픽 노블을 숙성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코믹스로서는 최초로 세계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고, DC는 순전히 닐 가이먼을 위해 ‘버티고’라는 하위 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먼은 한국에도 출간된 판타지 소설 <멋진 징조들> 등을 통해 주류 문학계에도 성공적으로 입성했으며, 그의 그래픽 노블 <흑란>(Black Orchid) 역시 한국에 번역되어 있다. 앞에 거론한 세명이 스토리 작가들인 데 반해 토드 맥펄레인은 그림 작가로 시작해 코믹스계의 거물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가 코믹스계의 신성으로 처음 주목을 끌어냈던 것은 약관의 나이에 마블 코믹스에서 선보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었다. 근육질에 곤충처럼 움직이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등장시켜 인기를 얻은 맥펄레인은 마블과 결별하고 자신의 회사 ‘이미지 코믹스’를 차려 <스폰>을 성공시킨다. 이후 맥펄레인은 자신의 이름을 딴 액션피겨 회사를 차려 95년에 전미 최대의 완구업체로 성장시키며 거부가 되었다. 지나친 장삿속으로 말미암아 닐 가이먼으로부터 저작권 관련 고소를 당하는 등 코믹스계로부터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코믹스를 읽는다는 것
코믹스를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 한국에 번역 출간되는 작품이 부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미국 내에서의 유통체계 자체가 협소한 탓이기도 하다. 미국시장에서 코믹스는 여전히 코믹스 전문점을 통한 직접 유통경로로 판매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이나 일본 망가의 강세로 인해 일반 소매점을 통한 유통이 점점 활로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며, 대부분의 그래픽 노블들은 아마존(www.amazon.com) 등의 해외 사이트를 통해서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열광적인 수집광이 아니라면 히어로들이 이중삼중의 교차로를 오가며 격주마다 벌이는 모험까지 지켜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래픽 노블이 코믹스의 세계로 입문하는 가장 명확한 경로다. 그래픽 노블의 경우 대사와 이야기 구조는 그림체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며, 타이포그래피 자체가 예술적 징검다리 노릇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래픽 노블은 보통의 영문 소설을 접하는 태도로 접근하는 태도를 독자에게 요구한다.
물론 코믹스와 그래픽 노블이 슈퍼히어로의 세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나 앵키 빌랄을 비롯한 유럽 작가들의 그래픽 노블 역시 지속적으로 국내에 출간되고 있다(봉준호 감독은 마르크 로세트과 뱅자맹 그르랑의 <설국열차>를 차기작으로 구상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미국식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리스트를 고상한 척 무시하고 지나갈 필요 또한 없다. 1980년대 이후로 슈퍼히어로 코믹스는 15살짜리 여드름쟁이 백인 소년들의 판타지를 넘어선 지 오래다. DC와 마블의 유능한 작가들은 브라이언 싱어와 샘 레이미와 팀 버튼 이전에 이미 스스로 창조한 슈퍼히어로들을 새로운 단계로 진화시켜놓았다. 아메리칸 코믹스는 팬보이들을 위한 가벼운 연속 간행물과 성인 독자를 위한 묵직한 그래픽 노블이 함께 존재하는 풍요로운 세계를 창조했으며, 그 박동하는 세계는 할리우드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중이다. 그러니, 단돈 10달러(와 그에 상응하는 약간의 운송비)로 히어로들의 지난 100년을 손에 쥐는 것은 오히려 행복한 호사라는 편이 옳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메리칸 코믹스 연대기
1934년/ <벅 로저스> 등의 초창기 걸작들이 수록된 64페이지의 올 컬러 <페이머스 퍼니스>(Famous Funnies)와 DC의 전신이 된 National Allied Publishing의 <뉴 펀>이 거의 동시에 발간되어 코믹스 시장을 열어젖힌다. 1938년/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의 <슈퍼맨>이 DC의 <액션 코믹스> 첫 번째 이슈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이며 슈퍼히어로라는 컨셉을 코믹스 시장에 정착시킨다. 1939년/ 봅 케인과 빌 핑거의 <배트맨>이 등장한다. DC의 회계사 출신인 빅터 폭스가 자회사를 차리고 <슈퍼맨>의 컨셉을 흉내낸 <원더맨>을 내놓는다. 이어서 <휴먼 토치> <카자> <서브-마리너> 등의 히어로물이 쏟아져나온다. 1940년/ 수많은 출판사들이 저마다 코믹스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코믹스 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히고, 배트맨이 로빈이라는 단짝을 만난다. 1941년/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하고, DC는 잡지 <World’s Finest Comics>를 창간해 슈퍼맨과 배트맨을 같은 책에 등장시킨다. <데어데블> <원더우먼> 등 수많은 고전들이 등장하고, 미국이 2차대전 출전을 선언한다. 1948년/ 2차대전의 종결이 가까워지면서 히어로물의 인기도 급락해 많은 히어로들이 은퇴한다. 코믹스 시장의 경향은 사실주의적인 범죄, 전쟁, 공포물로 옮겨간다. 1954년/ 사실주의 경향의 코믹스들이 정부와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에 직면한다. 학부모로 구성된 지역 사회는 미국 전역에서 코믹북을 불사르는 시위를 벌이며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수많은 코믹스 회사들이 도산하거나 어려운 시기에 직면한다. 1956년/ DC가 새로운 버전의 <플래시>를 등장시키며 새로운 중흥기를 지휘한다. 1959년/ 새로운 <그린 랜턴>이 등장하고, 슈퍼히어로들을 총출동시킨 <저스티스 리그>가 시작된다. 1961년/ 마블 코믹스라는 이름이 마침내 코믹스 시장에 합류한다. 마블의 스탠 리와 잭 커비가 DC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항하기 위해 <판타스틱4>를 창조한다. 1962년/ 마침내 마블 코믹스 역사상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더 맨>이 스탠 리에 의해 태어난다. 스탠 리는 같은 해 <Thor>와 <헐크>를 창조하며 마블의 전성기를 예고한다. 1963년/ <엑스멘>의 첫 이슈가 발간되어 마블의 전성기를 이어간다. 1978년/ 윌 아이스너가 <A Contract With God>을 내놓으며 처음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름을 코믹스계에 소개한다. 1984년/ <틴에이지 뮤턴트 닌자거북>의 이례적인 성공으로 저예산 인디 코믹스의 가능성이 열린다. 1986년/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발간되어 코믹스 역사상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DC가 두편의 걸작 그래픽 노블 <와치멘>과 <흑기사 귀환하다>를 낳는다. 두 작품은 좀더 사색적이고 냉소적인 히어로물의 태동을 알린다. 1988년/ 닐 게이먼이 DC를 통해 새로운 그래픽 노블 <샌드맨> 시리즈를 내놓으며 수백만부를 팔아치운다. 1989년/ <흑기사 귀환하다>의 영향을 받은 팀 버튼의 <배트맨>이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점령한다. 1991년/ 마블이 새로운 <엑스멘> 시리즈를 시작한다. <엑스멘>은 곧 800만부를 팔아치우며 코믹북 역사상 최고 판매 기록을 세운다. 1992년/ 이미지 코믹스를 차리고 독립한 토드 맥펄레인이 <스폰>으로 엄청난 성공을 맛본다. <샌드맨>의 성공에 고무된 DC가 닐 게이먼을 주축으로 좀더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 발간을 위한 ‘버티고’ 라인을 만든다. 1993년/ ‘슈퍼맨’이 죽는다. 그의 죽음에 대한 풍문들이 팬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번지기 시작하지만 슈퍼맨은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 마이크 미그놀라의 <헬보이>가 발간된다. 1999년/ 앨런 무어가 <톰 스트롱> <젠틀맨 리그> 등의 작품들을 내놓으며 코믹스계의 거물로 자리잡는다. 2000∼2001년/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멘>과 <스파이더 맨>이 개봉해 코믹스 원작 슈퍼히어로영화의 전성기를 예고한다. 2004년/ DC가 ‘포커스’라인을 만들어. DC 세계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코믹스들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