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터뷰에서 김태우를 모범생이라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김태우는 모범생이라는 답답한 단어 속에 우겨넣기 힘든 인물이었다. 모범생이라 부르기에 그의 혀끝은 지나치게 재치있고 날카로웠다. 풍성한 화법을 사용하는 그는 간간이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손짓을 사용하는 것으로 문답에 생기를 더하곤 했다. 지금까지 9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한 스크린 속 김태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연기한 인물들은 일견 평범하지만, 어떤 것에 몰입하거나 누군가를 배반하거나 혹은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는 점에서 제각각의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 예비 영화감독 헌준은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지만 옛사랑 선화에겐 비열하기 짝이 없다(<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정신과 의사 석원은 치료를 받으러 찾아온 환자를 탐닉하다 결국 그녀가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기에 이른다(<얼굴없는 미녀>). 시니컬한 학원 선생 재섭은 당돌한 여고생을 만난 뒤 그녀에게 한없이 빠져든다(<버스, 정류장>).
이후 2년 동안 스크린을 비웠던 김태우가 이번 여름 세 가지 에피소드가 얽혀 있는 옴니버스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의 김 병장으로 돌아왔다. 김 병장은 박사과정을 끝맺지 못한 상태에서 입대해 직업도 없는데다 이미 결혼까지 한 인물.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아내의 고백에도 “못 들은 걸로 하겠다”며 애써 담담한 척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듯, 김 병장 역시 범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쑥불쑥 범상치 않은 면을 내비친다. 김 병장이 “어, 비 그쳤네”라고 중얼거리던 영화 속 그날처럼, 김태우를 만났던 어느 월요일 보슬비가 차분히 내리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실제 김태우를 만나면 영화 속 캐릭터와 달라 당황한다는 얘길 들었다. =인터뷰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나? (웃음) 맡은 역 때문에 말없는 사람일 거라고 예상하는데 직접 만나보니 그렇지 않으니까. 원래는 말수가 적고 친한 사람하고만 얘기하는 편이었다. 처음 2, 3년간은 인터뷰할 때도 네, 아니오로만 대답했고. 몇몇 선배들은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말도 했을 정도였는데, 배우 생활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김영남 감독의 데뷔작 <내 청춘에게 고함>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 =김영남 감독이 <여자는…> 연출부 출신이라 사적으로 형, 동생 하는 친한 사이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자기 시나리오 좀 봐달라고 해서 이메일로 받아봤는데 너무 좋은 거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 같다고 해야 하나. 왜, 홍 감독님 영화 보면 일상생활에서 별 생각없이 지나가는 것들을 세분화해서 보여주지 않나. 나중에 김 감독에게 시나리오 좋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농담처럼 “그럼 하셔야죠” 하더라. (웃음)
-그렇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좋다고 생각하나. =가짜 같은 영화는 별로 안 내키고 진짜 같은 것에 끌린다. 있을 수 있는 사건을 담았기 때문에 “어어,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영화. <내 청춘에게…>나 홍상수 감독님 영화들이 다 거기에 속한다. 그런 유의 영화와 가장 대조적 것은 장르영화 같은 걸 거다. 장르영화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기 힘든 우연이 겹치기도 하니까. <공동경비구역 JSA>만 봐도 내가 연기했던, 제일 소심하고 침착한 남성식 일병이 총을 쏜 인물로 밝혀진다. 그래서 관객이 ‘쟤가 왜 총을 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했다. 장르영화도 물론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론 앞에서 얘기했던 종류의 영화들이 더 와닿는다.
-<내 청춘에게…>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세명의 청춘남녀가 나오는 청춘영화다. 청춘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인가. =이 영화는 각기 다른 청춘들의 세계를 통해 관객에게 어떤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청춘의 어떤 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식으론 말하기 힘들 것 같다. 진짜 내 옆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청춘을 보여줘 자기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세 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라도 지나간, 혹은 다가올 청춘에 대해 떠올리게 했으면 좋겠다.
-다른 캐릭터들이 대학생, 사회초년생인 데 비해 김 병장은 32살이다. 흔히 생각하는 청춘에서 이미 멀어진 나이 아닌가. =32살은 청춘 아닌가? 청춘은 몇살부터 몇살까지라고 정해져 있지 않다. 10대들은 자기들이 청춘인 줄 알겠지만, 40대들 역시 “아우, 무슨, 아직 청춘이지” 진짜로 그럴 거다. 나는 서른이 넘었는데 한번도 청춘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자기가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나 마찬가지다.
-김 병장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특별히 없었다. 캐릭터가 나랑 다르다고 해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니까. 예를 들어 바나나와 사과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사과를 먹고 싶지만 이 캐릭터는 바나나를 먹고 싶어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이 사람은 바나나를 먹고 싶어하는구나”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나와 김 병장 사이의 교집합이 적어질수록 연기하기는 힘들겠지.
-어떤 인물을 연기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게 있다면. =생각을 많이 한다. 만약 군대 갔다 휴가 나오는 장면을 찍게 되면, 그 중간 과정을 상상한다든가. 오면서 뭐 했을까, 어떻게 왔을까, 뭐 타고 왔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왔을까 등등. 캐릭터가 가진 특징 내에서 풍부하게 상상하려고 한다.
-<내 청춘에게…> 이전에 촬영한 <사과>의 개봉이 오히려 더 늦어지고 있다. 많이 아쉽겠다. =나도 속상하지만 함께 출연한 문소리가 더 속상할 거다. 8개월을 기다렸다가 찍은 거였는데. 중요한 건 영화가 잘 나왔다는 거다. 그건 확신한다. 올해 가을에 개봉하니까 기대해달라.
-<사과>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맡았나. 듣자하니 지고지순한 인물이라던데. =문소리가 내 첫사랑이고, 나는 영화 초반에 문소리를 쫓아다닌다. 이전까지 그런 식으론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가 드러날 거다. 연애하는 앞부분은 로맨틱코미디다. 결국 문소리랑 결혼하는데, 그 다음에는 전형적인 한국 남자가 된다. 그러니까 아주 지고지순한 건 아니다.
-<내 청춘에게…> 이후에 가장 최근에 찍은 것이 <해변의 여인>으로, 홍상수 감독과 두 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땐 홍상수 감독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고, 그렇게 만난 자리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홍상수 감독님이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웃음) 나야 홍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니까 언제든 출연할 수 있다 싶었지만, 마침 다음 작품이 미뤄진 상태여서 일정을 빼기가 좀 힘들었다. 그러니까 홍 감독님이 직접 말씀해주시겠다며 그 작품 연출하실 감독님을 만나서 2주 정도 시간을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쪽에서 다행히 수락했다. <여자는…> 출연하기 전엔 호랑이 꿈을 꿨다.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해몽을 찾아봤는데, 내가 존경하는 사람과 일을 함께하게 될 거라는 풀이가 나왔다. 그걸 보고 아내에게 “홍상수 감독님이랑 작업하는 거 아냐?” 했다. 그러고 나서 진짜 홍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그것도 매니저를 거친 게 아니라 내 휴대폰으로 바로.
-그전에 시나리오는 미리 봤는지. =내가 “시놉시스 보여주세요” 했는데 안 보여주시더라고. 보면 분명 안 할 거라고. 배우들이 두 번짼가 모였을 때 고현정이 내 역할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때 미리 알았으면 안 했겠구나 생각했다. (웃음) 사실 감독님 이름만 믿고 출연 결정한 거나 마찬가지다.
-<여자는…> 때 공항에서 스테이크를 삼키고 맥주를 원샷하는 등 굉장히 힘들게 반복해 찍은 신이 편집됐다고 들었다. 그런 일 때문에 억울하다고 느낀 적은 없나. =사실 영화 찍으면서 편집되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일일이 마음을 쓰겠는가. <내 청춘에게…>도 순서대로 붙이면 전체가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 정도 된다. 나중에 다 잘렸는데, 그중에는 김 병장이 아내를 쫓아가는 장면도 있고, 세 배우가 모두 해변가에서 만나는 장면도 있다. (웃음)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 의도에 충실하게 따르는 편인 것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아니, 죽이 되려면 확실히 죽이 돼야지. (웃음) 누가 시켜서 출연한 게 아니라 내가 하기로 한 거니까. 감독님이랑 나랑 둘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 그걸 갖고 매니저나 다른 배우들이랑 얘길 하는 게 아니다. 사람까지 맞으면 더 좋겠지만 이왕 시작한 거 최대한 잘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여자는…> 때는 체중 감량을 했다고. =살을 찌웠다가 뺐다. 처음엔 85kg까지 몸을 불렸다가 7년 뒤 겨울신을 찍을 땐 68kg까지 줄였다. 그 뒤 <얼굴없는 미녀>에 캐스팅되자 몸을 만들라고 해서 근육을 키웠다. 살을 엄청 찌웠다가 쫙 뺐는데 그 상태에서 근육을 키우라고 해서 너무 힘들었다. 요즘은 너무 흔한 얘기가 됐지만 두달 반가량을 닭가슴살만 먹고 살았다.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 운동하고.
-KBS슈퍼탤런트 공채에 합격했다. 그 뒤 두달간 연수에 들어갔을 때 연수에서 1등 하면 주인공으로 데뷔시켜준다고 해 남보다 2시간 미리 연습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아주 쉽게 얘기하자면 내 욕심이 능력보다 크기 때문이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내가 가진 걸로 하면 (두팔을 벌리며) 요렇게 되는데 (두팔을 더 넓게 벌리며) 요렇게 하고 싶다는 식의 욕심이 더 크다. 그러니까 발악을 해야 한다. <얼굴없는 미녀> 때도 “감독님, 이 인물은 정신과 의산데 몸보다는 연기가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몸 만들어” 그러면 그냥 따르는 편이다.
-그럼 원했던 만큼 목표치를 이루는 편인지. =시키면 해야지 어떡해. (웃음) <내 청춘에게…>에서도 군인 역할이라 머리를 자르라고 해서 잘랐다. 권투에서 헤비급 선수는 몇 킬로그램 이상이 돼야 링에 오를 수 있다. 안 그럼 탈락이다. 영화라는 링에 오르는 배우도 마찬가지다. 그건 배우로서 당연한 거다. 나는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연기는, 작품은 목숨 걸어야 한다. 직업이니까. 목숨 걸고 한다고 인터뷰 나갔는데, 다음 작품할 때 “왜 이렇게 대충해” 그러면 어떡하나. (웃음)
-시나리오 선택이 빠른 편이라고. 시나리오를 읽으면 뭔가 딱 느낌이 오는가. =나는 정독으로 한번 읽으면 시나리오만으론 결정이 된다. 거의 곧바로 ‘이거 좋네,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니까. 그러면 그 다음에 ‘이거 언제 들어가?’ 뭐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겠지. 그 과정에서 개런티가 안 맞고 다른 배우랑 일정이 안 맞으면 출연하기로 한 게 취소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돈을 더 준다거나 해서 하기로 한 적은 없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들이 이른바 흥행영화는 아니었다. =나는 내가 출연한 영화들이 만족스럽다. 다 신중하게 결정했고, 내가 부족하면 부족했지 영화 자체가 창피했던 적은 없다. 흥행이나 상은 내게 일종의 보너스나 마찬가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을 골라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다.
-남성식 일병을 연기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 앞뒤로 자신의 인지도 변화를 실제로 느꼈는지. =공교롭게 <공동경비구역 JSA> 끝나고 영화가 후반작업에 들어갔을 때 <덕이>라는 드라마를 했다. 덕이 오빠 박영국으로 출연했는데, 사실 그때 <덕이> 인기가 엄청났다. 박영국이 덕이랑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려고 만날 싸우고. 배우로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남성식 일병보다 <덕이>의 박영국으로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매니저들이 <덕이> 안 했으면 다들 못 알아봐서 어쩔 뻔했냐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을 정도다.
-반면, <얼굴없는 미녀>는 흥행성있는 작품이라 선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얼굴없는 미녀>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라기보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흥행영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커서 참여하게 된 영화다. 일단 굉장히 센 영화고 김인식 감독님의 전작인 <로드무비>의 느낌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최면을 소재로 푼 것도 흥미로웠고. 아내로 나온 인물도 그렇고, 나오는 인물들도 다 개성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재밌다고 느꼈는데, 관객은 너무 어려워하더라. 아까 말했듯이 이 영화 때문에 몸도 엄청 열심히 만들었다. 내 뒷모습 잡은 샤워신은 정말 멋지게 나왔는데. (웃음)
-차기작 <천개의 혀>는 의학스릴러라고 하던데. 어떤 역할을 맡을 예정인가. =최면을 걸고 마취를 하고… 정신과 의사다. 이 영화는 장르영화적인 특성이 강하다. 아마도 보여주는 식의 연기를 하게 될 거다.
-배우로서 지니고 있는 좌우명이 있다면. =배우가 아니라 살면서 느낀 건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뭔가 잘되는 덴 이유가 있다. 이승엽이 홈런치고 그러는 거, 절대 그냥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거다.
-아까 사진 촬영할 때 약간 어색해하더라. 사진 찍는 것과 영화 찍는 것을 비교하면 어떤가. =사진보다 영화가 더 쉬운 편이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상황에 딱 맞춰서 가는 게 힘들기 때문에. <야심만만> 같은 TV 연예 프로그램도 똑같은 이유로 어렵다. 하지만 인터뷰는 수월하다. 자기 얘길 하면 되니까. 진행자나 사회자 역할을 맡겨도 의외로 잘한다. 지난해 호암아트홀 개관 20주년 음악회에서 사회를 봤다. 문소리가 와선 “선배는 연기보다 그게 나아” 하더라. (웃음)
-하루에 아홉번씩 양치질한다고 하던데. =양치질을 습관처럼 많이 한다. 왜, 중학교 때 수업 하나 끝나면 다음 수업 전까지 졸음을 깨려고 세수를 한다든가 하지 않나. 그 당시엔 ‘칫솔질을 많이 해야지’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정신 차리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하고 나면 개운해지기도 하고. 촬영 전에도 양치질을 하면 슛 들어갈 때 집중이 돼 좋다. 이건 슈퍼탤런트 공채에 붙고 나서 신입 시절에 적은 건데 어떻게 알았나. 당시 자기 소개서를 쓰라 그러는데 뭔가 적을 게 없는 거다. 그래서 남들이 “저는 밥을 많이 먹습니다” 하듯이 양치질을 많이 한다고 적었다. 깔끔을 떨어서가 절대 아니다.
-영화 촬영 중에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실 <내 청춘에게…>와 관련된 엄청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정읍 가는 기차 안에서 마지막 신을 촬영하려 할 때다. 기차가 용산역에서 15분 정도 멈춘 다음 다시 출발하면 바로 촬영에 들어갈 거라는 얘길 들었고, 마침 기차가 섰다. 창밖을 보니 촬영감독이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도 나가서 그 친구랑 같이 앉았는데 갑자기 기차가 움직이는 거다. 내가 깜짝 놀라니까 촬영감독이 “아까 15분 쉰다 그랬잖아요” 했다. 그러고보니 진짜로 기차가 움직이다 멈췄다. 순간 저쪽을 보니 제작부랑 조감독이랑 연출부 몇명이 뭘 들고 막 뛰어내려오는 거였다. 나는 ‘쟤네들도 속네’라며 속으로 웃고 있었다. 그런데 기차가 그냥 가는 거다. (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는 서울역이었고, 촬영에 필요한 포스터인가를 받느라고 잠시 정차한 거였다. 결국 여섯명이서 떠나는 기차에 올라타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됐다. 다들 막 뛰어나가 택시 잡아타고… 용산역까지 가서 간신히 합류했다. 지금이야 웃지만 다신 영화 출연 못할 뻔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