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는 부산이나 홍콩, 또는 도쿄에서 열리는 영화제와 같이 아시아영화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제들이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 없는 것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아시아 전체를 위한 대종상 같은- 아시아 전역에서 널리 보는 상업영화 시상식이다. 문소리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놓고 장쯔이나 아이쉬와라 라이와 맞대결한다고 생각해보자. 봉준호와 두기봉과 기타노 다케시가 최우수 감독상을 놓고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카 시상식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아시아는 이런 행사를 결코 갖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올해 10월 첫 번째 MTV 아시아영화 시상식에서 그럭저럭 유사한 것을 갖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 도시의 세계주의적인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적절한 장소인 것 같다. 행사는 스타들로 가득하고 아시아 전역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 행사는 전통적인 시상식은 아니다. 최우수 영화나 최우수 배우 대신에, 지난 한해 동안의 최우수 공포영화, 최우수 드라마, 최우수 액션영화 등 여섯개의 장르로 나뉘어 수상이 이루어진다. 여기에 최고의 키스신, 최고의 액션신, 가장 섹시한 남녀배우 등의 여섯 가지 “재미난 수상 분문들”이 덧붙여진다. 그러나 장르에 따른 부문과는 달리 이런 상들은 아시아와 전세계의 영화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지금 막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필자는 후보작 추천 자문을 해준 사람 중 한명이다).
비록 자기 이익을 따로 챙겨야 하는 미국 기반의 글로벌 미디어 회사가 조직한 것이긴 하지만, 아시아 영화업계를 모두 한데 모으려는 이 시도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게 될지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약간은 귀에 거슬릴지도 모르는 다음 질문을 던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정말로 “아시아영화”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물론 한국, 일본, 중국, 타이, 필리핀, 인도 등에서 매해 뛰어난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영화들을 ‘아시아영화’라 부르기로 한다면 같은 대륙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할 것이다. 그 영화들을 함께 묶는 ‘공통된 아시아 문화의 가치관’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아시아 전역 사람들이 이런 영화들을 실제적으로 보고, 경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서로 다른 영화문화 사이에 실제적인 상호작용은 어디까지 있으며, 또 어디까지가 단순히 상상된 것일까?
<무극>이나 <쿵푸허슬>과 같이 대륙 전역에 광범위하게 알려지는 몇편의 아시아영화들이 매해 만들어지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가 얻은 아시아 전역의 명성만큼의 성과를 올린 영화가 지난 5년간 없긴 했지만, 한국영화 또한 중간 정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곳들은 또 다른 곳보다 아시아 이웃 국가의 영화 작품들에 더 익숙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는 한해 동안 최우수 아시아 공포영화나 코미디영화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를 본 사람이 거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수상식 개최 자체가 말이 되긴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주장하겠다. 이 시상식이 순전히 아시아영화에 대한 지역적 의식을 조금 더 생기게 해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말이다. 시상식이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은다면,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화들을 소개해줄 것이다. 수여된 상들은 해외 개봉하려는 영화에 가치있는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나>나 <가족의 탄생>이나 <이사벨라>를 더 큰 틀 속에서 보는 걸 무척 좋아한다. 이 영화들은 아마도 유럽이나 북미보다 아시아의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나 태도나 스타일을 보여준다. 응집된 아시아 영화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허상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현실화 될 수 있게 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