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때>는 1979년, ‘모든 베이비시터들의 최악의 악몽’이란 카피를 달고 개봉한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낡고 으슥한 집이 첨단시스템으로 무장한 주택으로 바뀐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영화 <스크림>이 적극 인용하고 다시 파괴하기 이전부터 이미 수많은 호러영화에 등장했던 ‘장난전화’의 공포도 마찬가지. 여전히 벨소리는 무심히 울리고, 낯선 사람의 전화를 받은 여자는 ‘비명’(Scream)을 지른다.
여고생 질(카밀라 벨)은 외딴 언덕에 놓인 어느 호화로운 저택에서 베이비시터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감기에 걸린 아이들은 자고 있고, 저택은 최첨단 보안시설로 통제되어 있다. 친구와 통화를 하고, 집주인의 액세서리를 걸쳐보며 무료함을 달래는 질. 그때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무 일 없나?” 장난으로만 여겼던 전화는 계속 걸려온다. 급기야 “아이들은 잘 있나?”며 묻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질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익숙한 컨벤션을 끌어왔지만 <낯선 사람에게서…>에는 <스크림>처럼 난도질을 당하는 장면이 없다. 영화는 외부의 공포보다도 인물 스스로 만들어내는 공포에 주목한다. 전화를 받은 뒤 질은 집안을 돌아다니는 고양이, 냉장고에서 떨어지는 얼음들이 내는 작은 소리 하나에도 민감해진다. 여기에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저택 또한 음산한 기운을 내뱉는다.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켜지는 전등은 침입자를 알리는 듯하고, 느닷없이 울리는 보안시스템의 경보음은 불안을 가중시킨다. 사이먼 웨스트 감독은 질이 겪는 심리적인 공포를 관습적이지만 짜임새있는 연출로 드러낸다. 하지만 결국에는 맥이 풀리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영화의 긴장은 차곡차곡 쌓이지 못하고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으로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발신자의 정체가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고 지루한 점이 영화의 공포를 누그러뜨리는 치명적인 이유. <낯선 사람에게서…>는 무섭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장난전화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