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의 발길을 애태우며 고대하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한숨 돌린 듯하다. 부천영화제에 따르면, 지난해 대대적인 불참 선언을 내놓았던 영화계가 올해는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계획이다. 개막을 보름 앞둔 6월29일 이장호 집행위원장은 <씨네21>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단 10회 영화제를 보기좋게 치를 수 있게 돼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영화계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출품했던 <삼거리 극장> 또한 예정대로 상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4년 12월 부천시의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 해촉 사태로 인해 빚어진 부천영화제에 대한 영화계의 불신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6월28일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계 주요 3대 단체가 모여 결정한 입장이 부천영화제에 대한 적극적 협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인회의의 한 관계자는 “현 집행위원회가 영화제 정상화를 위해서 그동안 애쓴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우리의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 영화제 파행의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홍건표 부천시장과 부천시의 태도는 여전히 문제다. 또 형식적인 이사회 해체 등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만으로 지자체의 간섭없는 자율적인 영화제 운영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계속 부천영화제를 예의주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황을 따져보면, 정상을 참작한 일시적 휴전인 셈이다. 이장호 집행위원장 또한 영화계의 이번 결정이 어떤 전제에서 도출됐는지 이해 못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올해 영화제가 끝나면 “집행위원회 시스템을 마련하고, 집행위원회의 영화제 개혁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영화인들과 공청회 등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연 현 집행위원회는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지속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을까. 영화계의 전폭적 지지 여부는 그 여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