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없는 썰렁한 반쪽 축제가 또다시 재연될 것인가. 개막이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영화계의 지지와 격려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부천영화제는 6월20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 해촉 사태를 불러온 이사회를 해체하겠다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보이콧을 선언했던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인회의 등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각에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비난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공식 입장 발표를 앞둔 영화인회의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해체와 관련해 “이사회 임원들은 애초 조직위원이었다”며 “그들은 앞으로도 영화제를 관할하는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전과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견제 장치 하나 없으면서 어떻게 집행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영화제를 운영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영화인은 또 “당사자의 수락 여부와 상관없이 영화제 쪽이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바란다면 영화제 복귀를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부천시와 집행위원회의 말이 다른 것도 영화인들의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장호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과에) 홍건표 시장의 사과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으나,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홍건표 부천시장은 6월13일 이사회에서 “(과거 사태와 관련해) 솔직히 사과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영화계 안팎에선 이사회의 ‘형식적’ 해체 또한 부천시가 먼저 제안한 합의안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사회 해체를 골자로 한 정관 개정 처리 또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문화관광부 승인을 앞둔 영화제 정관 개정안을 두고 한 정부 관계자는 “애꿎은 정관을 바꾼다고 영화제가 잘될 리 있느냐”고 반문하며 “부천 쪽에서는 부산영화제의 정관처럼 바꾸고 싶다고 하지만 정관만 놓고 보면 애초 부천 것이 훨씬 훌륭하다. 부산영화제가 잘 되는 이유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천영화제는 기자회견에서 35개국에서 출품된 상영작 251편을 발표했다. 이장호 집행위원장은 “출품 거부 등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개막작 <삼거리 극장>의 제작자인 이승재 LJ필름 대표는 “영화인회의와 제협의 공식 입장에 따라 출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