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멘>은 짐승의 숫자 666을 머릿속에 새기고 태어난 악마의 이야기다. 6월6일 오전 6시 로마의 한 병원. 미국 외교관 로버트 쏜(리브 슈라이버)은 자신의 아이가 사산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두번의 유산 경험이 있는 아내 캐서린(줄리아 스타일스)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는 로버트는 같은 시각에 태어난 아기를 입양한다.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는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로버트는 영국 대사로 발령받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게 된다. 그리고 징조는 시작된다. 데미안의 5번째 생일파티장에서 유모가 목을 매고, 새로운 유모(미아 패로)는 어딘가 수상하다.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를 찾아온 신부가 말한다. 데미안은 악마의 자식이라고.
<오멘>은 리처드 도너가 연출한 동명의 76년작 오컬트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물론 칭송받는 오컬트영화의 수작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666과 종말에 대한 전 지구적 공포는 사라졌고, 대중은 오컬트영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배알을 더이상 지니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제작진은 오리지널의 공포를 달라진 시대에 이식하는 데 고민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테면 2006년작 <오멘>은 젊어진 <오멘>이라고 할 수 있다. 리처드 버튼과 리 레믹이 분했던 중년의 쏜 부부는 젊은 리브 슈라이버와 줄리아 스타일스가 연기하고, 테러리즘과 기온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종말의 전조로 등장한다. <악마의 씨>(1968)의 미아 패로가 악마를 숭배하는 유모로 등장하는 것은 오컬트 팬들을 위한 제작진의 서비스라 할 만하다.
<오멘>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사전 시사를 갖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미리 영화를 본 www.horror.com의 평은 짚어볼 만하다. “오리지널보다 더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서스펜스가 더 넘치고, 더 쇼킹하며, 살인장면들은 더 섬뜩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멘>은 세련된(Classy) 리메이크다.” 이게 믿기지 않는다면 두 영화의 차이점을 세심하게 관찰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오멘>으로 오스카를 수상했던 제리 골드스미스의 불길한 스코어와 새로운 작곡가 마르코 벨트라미(<미믹> <블레이드2>)의 폭발하는 스코어. 그 둘이 예견하는 차이점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