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시리즈를 감독했던 시미즈 다카시는 <환생>에서도 “어떤 죽음은 절망의 농도가 하도 깊어서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종래의 주제를 일관되게 펼쳐낸다. ‘저주’라는 이 병의 전염 방식이 전작들에서는 죽음의 집과의 ‘공간’적 접촉이라든가 ‘일상생활의 우연한 틈’으로 표현됐다면 <환생>에서는 35년을 뛰어넘는 ‘시간성’, ‘종교적 윤회’로 선회했다. 소통 수단인 미디어를 죽음과 삶, 과거와 현재를 뒤섞는 주술도구로 치환하는 솜씨는 여전하다. <주온>에서 휴대폰이나 CCTV, 카메라 등이 무고한 주인공들을 참살의 ‘기억’으로 끌고 들어가는 데 했던 역할을 여기서는 <기억>(!)이라는 영화 속 영화의 제작과정이 맡는다.

신인배우 스시우라 나기사(유카)가 오디션에 통과한 <기억>은 마츠무라(시이나 깃페이)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영화다. 지난 1970년 “사후세계를 연구할 목적으로” 오모리 교수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비롯, 호텔 직원과 투숙객 11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다. <기억>의 제작진은 그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지금은 폐허가 된 호텔 현장을 답사한다. 죽은 딸의 배역을 맡기로 한 이후, 낯선 소녀의 환영에 시달리던 나기사는 현장에서 리허설 스틸 사진을 한컷 한컷 찍을 때마다 참혹한 과거의 살해 순간으로 점프한다. 스튜디오 세트장 또한 촬영이 시작됨과 동시에 과거 호텔과의 시공간 경계선이 없어진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은 ‘환생’이라기보다는 ‘환사’(다시 죽음)라고 말함이 옳을 것 같다. 현재의 11명과 과거의 11명이 각각 대응하는 순간,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로 환생할 것인가, 왜 11명이 12명으로 환생하는가는 스릴러와 반전의 논리적 재미를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생>은 끔찍한 과거가 허약한 현재를 휘젓는다는 점에서 우리 삶의 무게중심을 끝없이 과거로 회귀시킨다. 지지목으로 얼기설기 덧댄 스튜디오의 세트장은 현재가 가상임을, 선혈이 낭자한 살해 현장은 차라리 과거가 실재임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교수가 과학적 기록 수단으로 8mm 카메라와 사시미칼을 들고 피해자들을 쫓는 장면은 가학적 포르노그래피의 전치된 표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주온> 시리즈와는 달리 이 영화의 원혼들이 무고한 현대인만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가해자에게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