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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녀의 트라이앵글 로맨스, <쇼핑걸>
강병진 2006-05-03

미라벨(클레어 데인즈)은 베벌리힐스의 고급 백화점에서 장갑 코너를 담당하는 ‘숍걸’(shopgirl)이다. 미술가로서의 성공을 꿈꾸며 LA에 왔지만 그녀의 현실은 손님이 뜸한 매장과 외로운 타향살이가 전부다. 어느 날 고독이 극에 달한 그녀는 가난한 음악가 제레미(제이슨 슈왈츠만)의 데이트 신청에 응하고 그와 짧은 만남을 갖는다. 하지만 미라벨은 그의 연정을 뒤로하고 백만장자 이혼남인 레이 포터(스티브 마틴)의 집요하면서도 매력적인 구애를 승낙한다. 레이는 여성과의 진지한 관계를 원치 않고 그런 관계를 믿지도 않는 남자. 미라벨에게도 “사르트르와 보봐르 같은 열린 관계”를 요구한다. 레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미라벨의 마음은 결국 상처로 얼룩지고, 록그룹과 함께 전국을 떠돌던 제레미는 서서히 그녀의 상처를 감싸주는 따뜻한 남자로 성장해간다.

스티브 마틴

그에겐 ‘아버지’보다는 ‘아빠’라는 호칭이 어울린다. 스티브 마틴의 89년작 <Parenthood>의 국내 제목인 ‘우리 아빠 야호!’는 그의 팬들이 던지는 찬사와도 같을 듯. <신부의 아버지> <열두명의 웬수들> 등에서 스티브 마틴이 연기한 ‘아빠’들은 집안의 가장으로 권위적이기보다는 자식들의 친구가 되려하는 노력이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유쾌하면서도 자상한 아빠. 그러나 사실상 ‘안쓰러운 아빠’가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하지만 ‘아빠’ 전문 코미디 배우로만 각인돼 있는 것과 다르게 그는 단편소설집 <Pure Drivel>과 <Shopgirl>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재능있는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쇼핑걸>은 스티브 마틴의 소설 데뷔작이기도 한 동명소설을 스스로 각색, 제작, 주연한 작품이다. 그는 방송작가 시절 인기 시리즈물인 <The Smothers Brothers Comedy Hour>로 에미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1987년 제작 지휘를 맡은 <록산느>는 전미작가협회로부터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그러니 그가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는 지난해 미국 코미디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인 마크 트웨인상을 수상하여 평생 코미디 연기에 전념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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