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한수(온주완)는 학교가 자랑하는 수영선수지만 수영이 싫다며 수영부를 나온다. 유일한 식구인 엄마는 자살기도를 했다가 식물인간이 된다. 한수는 엄청난 병원비, 수영부 선생과 친구들의 복귀 요구, 카드빚 독촉에 둘러싸여 홍역을 치른다. 한수는 옆집으로 이사온 여학교 음악 선생님 인희(김호정)에게 격정적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한수는 엄마의 유서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처음 느끼고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한가운데서 어떻게 피터팬은 어른이 되는가에 대한 저마다의 공식을 신인 조창호 감독은 예리하면서도 서정적인 영상으로 잡아낸다. 바닷가 소도시의 일상과 인물의 내면을 함께 잡아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온주완을 비롯해 김호정 그리고 병실에서 만난 대학생 누나 역의 옥지영, 의식불명의 엄마 역의 손희순의 연기는 대담하면서도 현실적이다. 한 장면도 평범함과 상투성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젊은 감독의 패기가 읽힌다. 프랑스 도빌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베를린영화제 영포럼 부문에 초청받았다.
싱싱한 배우 온주완
<태풍태양> <발레교습소>의 온주완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심심했을 것이다. 수영장에서는 잘 빠지고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는가 하면, 바닷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 배를 청소할 때는 생활력 강한 현실적 캐릭터를 보여준다. 자기파괴의 욕망과 이웃집 선생님에 대한 갈망 사이를 반항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편의점을 때려부술 때의 반항아적인 면모나 부둣가에서 고용주에게 화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열성적인 배우 김호정
조창호 감독은 <나비>로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연기파 배우 김호정을 끈질기게 삼고초려해서 인희 역을 맡겼다. 한수는 인희의 피아노 소리와 인희의 하늘거리는 치마와 흰 뒷덜미를 보며 자신의 고통을 잊어보려 한다. 이지적이고 절제된 대사, 누드를 마다지 않는 열성적인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모두들, 괜찮아요?>에 나온 그녀의 모습과 비교하는 것도 재미.
닮은 영화 <그녀에게>
<그녀에게>처럼 한수도 코마 상태인 엄마를 목욕시키며 말을 걸고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다. 그리고 엄마의 몸을 처음으로 보면서 놀라움을 느낀다.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이 놀라움을 안겨준다. 과연 엄마는 한수의 염원대로 벌떡 일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한수는 엄마가 남긴 유서 속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