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판만 개봉한다구?
대부분 어른들은 한국어 더빙판을 싫어한다. 성우들의 정형화한 목소리 연기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재미를 반감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겐 <빨간모자의 진실>이 한국어 더빙판만으로 국내 개봉을 감행한다는 것이 불행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김수미, 노홍철, 강혜정, 임하룡 등이 참여한 <빨간모자의 진실> 한국어 더빙판은 상당히 훌륭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우의 성격과 캐릭터 자체가 가진 성격이 잘 맞아떨어지며, 재치있는 한국어 연출이 웃음을 더한다. 산만한 다람쥐의 입에서 노홍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김수미 목소리의 할머니가 “나 프란체스카 봐야 돼, 시방” 할 때 한국 관객들은 웃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늑대. 생긴 건 늑대인데, 어딘가 멀더를 연상시키는 지적이고 점잖은 목소리로 “변호사를 불러주세요” 따위의 멘트를 날린다.
뒤집고 비틀기
<빨간모자의 진실>은 할리우드 상업영화들이 보여주는 클리셰들을 유쾌하게 비꼰다. 추리극의 구도, 부모 자식이 갈등할 때 곧잘 사용되는 진부한 음악과 회상장면, <인어공주>류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는 노래와 음악 같은 것들이다. 이를테면 빨간모자가 산양을 만나는 장면. 그가 노래를 하자, 빨간모자는 말로 하면 될 걸 왜 굳이 노래로 하냐고 다그친다. 산양 말하길 “마녀가 내게 마법을 걸었다네에~~!” 그래서 그는 노래밖에 할 수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