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보다 극적인 드라마는 드물다. 명승부와 관련된 실화라면 더욱 그렇다. <드리머>의 주인공 경주마 소냐는 극중에서 주인공 벤(커트 러셀)의 입을 통해 잠시 언급되는 명마 ‘마리아의 폭풍’의 실제 스토리를 빌려왔다. <드리머>는 ‘승리’가 아닌 ‘재활’의 스포츠영화다. 승승장구하는 승부사의 모습은 <드리머>에는 없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단 한번의 도전을 꿈꾸며 경주마 소냐와 주인공 케일(다코타 패닝)은 쉼없이 그날을 준비한다.
켄터키주의 말 한 마리 없는 목장에서 사는 벤 크레인은 말 조련사다. 그는 서러브레드종 경주마 소냐에 많은 기대를 건다. 아랍 왕자가 지구 반대편에서 지켜볼 만큼 유망주였던 소냐는 경주 도중 정강이뼈가 부러진다. 벤의 고용주 팔머(데이비드 모스)는 그에게 소냐를 안락사시키라고 한다. 딸 케일의 눈앞에서 고민하던 벤은 밀린 월급 대신 소냐를 받기로 한다. 벤은 소냐에게서 새끼말을 낳게 할 생각이었지만 의사는 불임을 진단한다. 케일이 우연히 소냐에 올라타고 그로 인해 벤은 소냐의 다리가 회복된 사실을 깨닫는다.
리틀 야구팀을 다룬 <하드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고교 농구부를 무대로 한 <코치 카터>의 시나리오를 썼던 존 거틴즈가 <드리머>를 감독 데뷔작으로 삼은 결정은 자연스럽다. 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수가 되길 포기한 마놀린(프레디 로드리게즈), 경주마 때문에 빚을 지는 벤을 통해 <드리머>는 루저들의 꿈을 그려낸다. 다만, 거틴즈가 경마라는 스포츠를 영화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의심스럽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의 루서 스타인은 “거틴즈의 영화적인 고민은 경마가 농구나 야구처럼 확장된 드라마가 되지 못하는 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승부가 끝나버리는 경마에는 연장전이나 작전타임 같은 극적 요소가 부족했다”고 평했다. <드리머>는 다코타 패닝에 의한, 다코타 패닝을 위한, 다코타 패닝의 영화다. 영화 초반 소냐가 참혹한 부상을 당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여느 아역배우의 당혹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다코타 패닝은 시종일관 무심하게 소냐를 다독이고 지켜본다. 마놀린이 과거의 상처를 고백하는 장면에서 그녀는 심지어 카운슬러처럼 느껴진다. 다코타 패닝이 가족영화의 흥행 보증수표가 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