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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으로 확장된 불치병 영화, <연리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불치병을 다룬 영화? 아니다. 그렇다면 황우석 박사 같은 이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 이건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다. 최근 몇년 사이에 그런 영화들이 끊이지 않고 만들어진다. <연리지>는 그걸 조금 더 확장한다. 정확히 말해 양적으로 늘린다. 이 영화에선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둘이다.

민수(조한선)는 게임 개발 회사의 CEO이다. 돈 잘 벌고, 잘생긴 바람둥이다. 가벼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가던 길에 혜원(최지우)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비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혜원 옆을, 민수가 탄 승용차가 지나가면서 길바닥의 물을 혜원에게 잔뜩 퍼붓게 된 게 인연이다. 혜원을 차에 태워줬더니 혜원 역시 목적지가 병원이다. 민수는 혜원에게 사심을 품지만, 혜원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내려버린다. 그런데 다시 만난다. 어디서? 민수가 검사차 입원한 병실에서. 혜원은 민수의 맞은편 병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였다.

이런 식의 우연이 겹치면서 둘은 사귀게 되고, 민수는 혜원의 불치병 사실을 알게 되고…. 영화는 공식을 따라가면서 옆길에 간간이 민수의 회사 선배(최성국)와 혜원 친구(서영희)의 로맨스를 코믹한 의도로 배치한다. 대체로 에피소드가 밋밋하고 평이하며, 화면은 텔레비전 드라마처럼 단조롭다. 민수의 바람둥이 기질이, 혜원에 대한 절실한 사랑으로 바뀌는 것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다. <연리지>는 높이 사줄 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영화다. 단 하나, 눈에 띄는 건 불치병 환자가 한명 더 등장한다는 점이다.

불치병 환자가 주인공이라면 그가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그 힘든 과정에 대한 묘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연리지> 역시 최근의 비슷한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들처럼 막상 주인공은 죽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주인공의 죽음은 의미를 상실하고 그 주인공을 사랑한, 산 사람의 이별만이 문제가 된다. 이타적인 척하면서 실은 이기적인 텍스트라는 걸 새삼 이 영화를 두고 문제삼는 건 생뚱맞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래도 불치병 환자가 둘이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 것도 생뚱맞은 일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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