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가는 이득이 뭐냐고? 개는 개를 먹는다는 거다.” 52마리의 썰매개와 함께 출발한 탐험가 아문센이 남극점에 도달했을 때, 그의 곁에는 18마리의 충복만이 남아 있었다. 개 홍역이 바다표범에게 전염되는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썰매개의 남극 출입을 금지시킨 1983년까지 개들은 탐험가들의 발이자 (아문센에게는) 비상 식량이기도 했다. <에이트 빌로우>는 이렇듯 인간의 극지 탐험을 가능케 했던 썰매개들, 이제는 은퇴한 영웅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남극 탐사대원 제리 셰퍼드(폴 워커)는 유성을 찾아나선 지질학자 데이빗(브루스 그린우드)을 데리고 짧은 여행에 나선다. 빙하가 얇아서 스노 모빌을 이용할 수 없는 그들의 여행은 숙련된 썰매개 8마리에게 달려 있다. 다가오는 폭풍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그들은 베이스에 겨우 도착하지만 동상을 치료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상황. 곧 데리러 오겠다는 제리의 약속은 25년 만에 불어닥친 폭풍으로 인해 지켜지지 못한다. 개들은 사슬을 끊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고, 제리는 돌아갈 방법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른다.
<에이트 빌로우>의 시간은 잔인할 정도로 천천히 흘러간다. 개들이 갈매기를 사냥해 배를 채우고 폭풍 속에 웅크리고 잠드는 동안, 제리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채로 새로운 직업을 찾아 생계를 이어간다. 남극의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개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 정신의 무한함”이 주제라는 프랭크 마셜(<얼라이브>)의 말은 주어를 혼동한 듯 보인다. <에이트 빌로우>는 인간의 의지가 개들을 구출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들의 의지가 죄책감에 시달리던 인간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로맨스나 제이슨 빅스(<아메리칸 파이>) 같은 인간 캐릭터가 겉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에이트 빌로우>는 죽어가는 동료의 몸을 핥는 개들의 애잔한 눈빛과 원초적 생의 의지에 기대이고 있는 작품이며, 그들 덕택에 영화는 전형적인 디즈니 가족·동물영화의 한계를 넘어선다.
<에이트 빌로우>는 다카쿠라 겐 주연의 일본영화 <남극이야기>(南極物語, 1983)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남극이야기>는 1958년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실화에서는 2마리의 개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극한에 팽개치고 간 탐험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