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은 쉽게 휘발되는 기억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살 이후가 온다’라고 썼다. <나나>는 ‘스무살’의 두 소녀의 만남과 이별, 성장을 과거의 일기장을 꺼내보듯 회고조로 더듬어간다. 고마츠 나나(미야자키 아오이)를 화자로 삼은 <나나>는 오사키 나나(나카시마 미카)와 렌(마쓰다 류헤이)을 통해 과거를 비추고, 고마츠와 쇼우지(히라오카 유타)를 통해 현재를 말한다. 야자와 아이의 원작만화는 순차적으로 두 인물을 대조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나>는 플래시백으로 그것을 갈음하려 하지만 시간의 압축은 매끄럽지 못하고 인물의 감정선도 어긋난다.
스무살 동갑인 오사키 나나와 고마츠 나나는 도쿄행 열차에서 우연히 동석한다. 고마츠가 역에 마중나온 남자친구 쇼우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오사키는 사라진다. 도쿄에서 방을 구하러 갔다가 다시 마주치는 두 사람. 두 나나는 같이 살기로 결정한다. 오사키는 과거 밴드 멤버였던 남자친구 렌을 잊지 못한다. 렌은 오사키와 친구들을 떠나 트랩네스트의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고마츠가 쇼우지와의 연애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오사키는 렌과 함께했던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렌과 오사키는 재회한다.
오타니 겐타로 감독은 원작자 야자와 아이에게 “가능하면 원작대로 만들고 싶다. 바꿀 방법도, 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원작의 흥취를 재연하려 한 감독의 야심은 영화 <나나>를 딱딱하고 도식적인 연애담으로 가둬버린다. 풍부한 여성성을 드러내는 만화 <나나>의 독특한 유머와 재기발랄한 캐릭터는 스크린에서 사라져버렸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씬 시티>도 <나나>와 똑같은 발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씬 시티>는 만화의 평면적 공간감을 스크린에 보여주기 위해 배경을 지워버리는 대담한 영화적 시도가 돋보였다. <나나>에서 원작의 느낌은 그림에서 걸어나온 듯한 나카시마 미카와 미야자키 아오이의 캐스팅으로 충분했다. <나나>는 원작만화의 에피소드를 소극적으로 배치하기에 급급하다. 차라리 두 인물의 현실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살아 있는 삶의 단면을 포착하는 집요함이 영화 <나나>에는 필요했다.